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이 있을까
원체 눈물이 많다. 별것도 아닌 일에 눈물이 난다. 가끔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과하다.
친구들은 이런 내게 틀면 눈물이 나온다고 '수도꼭지'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대부분의 일에 감정을 과하게 투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아도 결국 내 생각보다 마음이 앞선다.
입사한 지 1개월쯤 되었을 때, 처음으로 퇴사를 경험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당연히 마주하게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분은 조금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갑작스레 퇴사하겠다는 폭탄을 던지고 그날 바로 짐을 쌌다. 이별의 아쉬움을 충분히 나누고 인사할 시간도 없었다.
나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잘은 몰랐지만, 가끔 대화를 나누면서 그분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시면서도 아랫사람에게 살갑게 대했고, 하는 말엔 재치가 가득했다. 함께 있으면 즐거운 분이었기에 오래 같이 일하고 싶었다.
그 분과 오래 일한 분들은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르고 있었다. 근데 나는 참지 못하고 울었다. 원래 남들이 울면 잘 따라 울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슬펐다. 헤어짐의 슬픔은 함께한 시간에 비례하지 않으니까.
그의 퇴사는 내 마음에 혼란을 가져와 나는 한동안 우울했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입장이 썩 유쾌하지 않았다.
그러나 불안정한 회사에서 사람들은 계속해서 떠나갔다. 친하던 대리님, 나의 롤모델이던 전무님, 같이 일하던 주임님. 나는 더이상 울지 않았다. 서운하고 아쉬워서 눈물이 차오르는 때도 있었지만, 내 눈앞의 일이 더 급했다. 그들의 마지막과 안녕을 빌어줄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점점 헤어짐에 무뎌졌다.
그리고 인사팀으로 발령이 난 후, 나는 더 많은 헤어짐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퇴직처리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더 이상 헤어짐은 슬픔을 동반하는 어떤 의식이 아니었다. 처리해야 하는 업무일 뿐이었다. 사람들이 퇴직 면담을 위해 찾아와도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많이 힘드셨겠네요. 아유 그러셨어요. 이직할 곳은 정하셨나요? 천천히 하시면 잘 되겠죠, 경력도 있으시니까"라고 기계적으로 내뱉으며 속으로는,
'또 퇴사. 이번달만 퇴사가 몇 명이야. 돌겠네. 좀만 참았다 다음 달에 하면 안 되나?'라고 생각했다.
한 달에 열 명이 퇴사한 달도 있었다. 매일 같이 퇴직처리를 위해 엑셀시트를 만들었다. 연차를 계산하고, 보험료를 정산하고, 퇴직금을 계산했다. 그리고 어느 날 이건 좀 아니라고 느꼈다. 내가 퇴직처리를 하는 로봇이 된 느낌이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퇴사한다고 울던 내가, 이제는 누가 퇴사한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이제는 좀 짜증이 났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사 일에 과하게 감정을 쏟아내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무덤덤해지는 것도 나에게는 별로 좋지 않았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그렇게 기계적으로 여기고 처리한다는 게 이상한 기분이었다. 마치 그 순간 내 몸에 로봇의 영혼이 들어와 (로봇에 영혼이 있다면 말이지만) 일을 대신 처리한다는 그런 기분. 감정의 어떤 부분이 고장난 느낌이 들었다. 이런 감정으로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정작 퇴사한 사람들은 아무 생각이 없었을지라도. 이건 나의 문제였다.
다시 마음을 바꿔 내가 퇴사하기 전까지, 퇴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듣고, 나도 그랬다고 공감하고. 눈물은 나지 않았고, 슬프지도 않았다. 아마 예전의 나처럼, 다시는 그렇게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며 울지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너무 헤어짐에 무덤덤해졌으니까.
그래도 일을 기계적으로 처리하지 않을 때, 사람을 사람으로 대할 때, 이건 좀 아니라는 기분을 무시하지 않을 때, 나는 좀 더 사람다워지지 않았을까. 영혼 없이 엑셀시트를 만들고 계산하는 일은 인공지능 AI가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지만, 그런 사람다운 부분은 영원히 대체할 수 없는 게 아닐까. 그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그렇게 세상 모든 일들이 인공지능에 대체된다 해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살아남을 거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생각하고 잊지 않으려 한다. 누군가의 퇴사에 눈물 흘렸던 그 감정을, 사람을 사람으로 대했던 순진하고 서툰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