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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22.09.27)

연휴에 술이나 마실까

오늘 현창이 말 듣다 보니 옛날 생각이 나네. 처음 총할 일할 적에 승준이 형이 국장단 안건지에 적어온 것이 삼사일언이었다. 세 번 생각해서 한 번 말하라는 것인데, 나는 생각을 존나 많이 하면 말도 존나 많이 할 수 았다는 뜻으로 알아먹었다. 문제는 나는 말을 예쁘게 하는 타입도 못되었다는 거다. 나는 말을 빠르고 좆같이 많이 했다. 들어가는 회의마다 그랬다.


월요일이 국장단 회의였나 그랬던 것 같은데, 그때 국장들끼리도 자주 싸웠다. 뭐 주먹다짐을 한 건 아니지만, 아마 자교국, 교육국이랑 많이 티격태격했던 것 같다. 왜? 그걸 뭐 어떻게 기억하겠나. 그냥 뭐 정회하고 담배 피우러 가면서 또 싸우고 학관 2층에서 극적 타협해서 다시 4층 총학실로 올라갔다는 인상만 남아있다.


인연국 회의도 있었는데 화요일이었나? 중운위랑 국장단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전달했으니 그랬을 것도 같다. 뭐 회의 처음엔 좀 열심히 했던 것도 같은데, 인연국원들이 하나같이 품성이 좋아서 나중엔 그냥 술 먹으러 다녔던 것 같네. 아니면 그냥 회의보다도 애들이랑 노는 게 좋아서 기억에 잘 남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여전히 말은 많았어. 쓸데없는 소리도 아주 찰떡같이 해댔다. 물론 쓸데없는 소리는 한 달에 한 번 하는 집행부 회의에서 더 많이 했겠지? 매번 그때 총학실 대청소를 했는데 나는 청소하기 싫어서 맨날 늦잠 자고 술만 먹으러 나왔던 것 같아.


중운위도 뭐 안건 내러 가거나 속기하러 가거나 했다. 안건 통과는 별로 무섭지 않았다. 왜냐면 나는 말을 빠르고 좆같이 많이 했거든. 시비 걸릴 정도로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사실 또 중운위에서는 생각 비슷한 친구 만나서 그 녀석이 잘해줬다. 중운위 술자리는 처음 몇 번 술 정치 짜증 난다고 안 가긴 했지만, 끝날 때쯤 보니 자주 갈 걸 그랬어. 그때 친해지다만 사람들이 아쉽네.


초대 인연국장이었던 내가 졸업을 하고 대학원에 가서 종합시험을 통과할 정도의 시간이 흘렀더니, 인연국은 사업을 취소당하고 인연국장/부국장이 사퇴하라는 요구를 받는 시절이네. 근데 그것도 다 지나가겠지. 가끔 학생회 관련된 글을 다시 읽어보면 왜 그리 무거웠는지 모르겠어. 이런 편한 기억도 떠올릴 수 있는데, 뭐가 담론이 어쩌고 회칙이 저쩌고, 대표자와 대리자가 어쩌고 주체가 저쩌고. 이제 중운위에서 내 안건 지켜주던 녀석도 석사 마치고 군대를 간다 하고, 인연국 애들도 다 각자 살 길 찾아서 흩어졌고, 국장단은 그 마지막 회의 이후에 다 모인 적이 있기나 했나. 그 시간 동안 다독거리는 글 한 번도 쓴 적이 없나 싶어 신기하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말을 빠르고 좆같이 많이 한단다.


협력과제 업무와 연구실 업무로 어쩌다 밤을 새버린 날에, 하필 중운위 임시회의가 인연국을 욕보이는 날이 겹쳐서 잠을 못 자고 있네. 이번 연휴 시간 되는 사람들이 있으려나. 술이나 마실까. 요즘 해보고 싶은 게 하나 있어. 압생트 먹고 갓생 살기. 압생갓생이야. 그려, 일단 연락 좀 돌려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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