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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17.04.30)

PIKA COFFEE

작년 가을즈음에 안암 카페의 최고존엄을 모퉁이라 이야기한 바 있다. 하지만 화무십일홍, 권불십년이라 했거늘 어디 카페라 해서 그 사정이 다르겠는가. 모퉁이는 무슨 사정인지 몇 달 째 잠긴 문을 열지 않고 있다. 쓸쓸한 마음으로 학생회관 카페에서 테이크 아웃이나 하는 것이 지난 봄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어느새 봄이 문가에서 신발끈을 고쳐매고 있음에, 마뜩잖은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계절은 언제나 제 할 일을 하기에 날이 꽤 더워졌다. 나 역시 미약하나마 일을 하겠다고 휴가를 끝내고 돌아왔다. 디자인과 미감에는 워낙에 일천한지라 카드뉴스를 부탁하기 위해 음료와 식사를 약속하고 디자인조형학부 학우를 모셨다. 그의 추천을 받아 사월의 마지막 오후는 PIKA COFFEE에서 보내게 되었다.

커피와 차, 빙수 등을 파는 카페에 앉아 녹차와 홍차를 한 잔씩 시켜보았다. 조금 둘러보니 어디서 찍어낸듯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들과는 거리가 멀다. 야외 공간에서는 흡연도 가능하다. 이런 공간이 안암에 있었다니. 쥐구멍에도 볕 뜰 날 있다는 게 이런 뜻인가. 도시의 모서리, 한 웅큼의 발랄함과 적당한 무게감이 깃든 카페라면 응당 새로이 최고존엄의 칭호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디자인을 만정에게 맡겨 두고 밖에서 담배를 핀다. 아아 승준이형은 내가 일하는 줄 알고 있겠지. 앞으로 여기 와서 책이나 읽으며 농땡이를 부릴 것이다. 이게 짬이 찬다는 것일까. 녹차는 달고 담배는 조금 더 달다. 안암의 카페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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