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 악평

by 취생몽사



스포일러 주의


개봉 전 <미키17>은 실패할 수 없는 기획처럼 보였다. <기생충>이라는 작품으로 하나의 기점을 제시한 봉준호가 할리우드 자본을 등에 엎고 만들어내는 SF 영화, 심지어 그 소재마저도 위험한 환경 속에서 노동하다 죽고 다시 태어나는 복제인간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미키17>은 철저하게 실패한다. 비슷한 크기의 실망감을 꼽아보자면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 정도만 떠오른다. <미키17>은 <옥자>와 <설국열차>의 단점들이 여전한 채로 유머조차 잃어버린, 봉준호 영화 세계의 가장 실망스러운 자기복제품이다.


영화는 총체적 난국이다. 마셜을 몰아내는 보안 팀장의 스토리만 보면 편집의 문제처럼 보이나,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티모의 캐릭터성을 떠올리면 플롯 자체가 엉성하다는 생각만 든다. SF가 전제하는 상황이나 기술을 영상화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이 게으른 설명으로 대체한다. 결말부 마샬과 나샤가 대립하는 장면은 너무 진부한 나머지 영화를 보고 있는 것이 민망할 정도다. 나샤의 일장연설은 통쾌하지도 않고 감격스럽지도 않다. 마샬은 아무런 음모도 배경도 없는 공허한 악인이다.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해조차 되지 않는 미키18은 남궁민수가 되어버리며 허무함을 배가한다.


죽고 다시 태어나는 복제인간이 모종의 사건에 따라 동시에 두 명 존재한다는 설정, 즉 멀티플에 대한 봉준호의 게으름은 참아주기가 힘들다. 영혼의 의미, 기억과 인격의 관계, 인간의 몸이라는 물성, 이런 각각의 주제들은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 기껏 복제인간을 다루면서도 철학적으로도 상황적으로도 아무런 재미가 없다. 대립하는 미키17과 미키18로부터 로버트 패틴슨이 얼마나 훌륭한 배우인지 맛볼 수야 있다. 싱글 패틴슨 햄버거에서 더블 패틴슨 햄버거를 마주하게 된 나샤나 하나 나눠달라고 이야기하는 카이가 그나마 즐겁다. 마샬과 일파에게서 윤석열이나 트럼프와 같은 사악한 지도자들을 떠올릴 수야 있겠지만, 메타포는 우아하지도 세련되지도 않다. 그에게 맞서는 나샤의 연설은 이 영화의 주제의식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앞서 언급했든 통쾌하지도 감격스럽지도 않은 나머지 민망할 뿐이다. 니플헤임 행성의 생물들과 인간의 관계는 <옥자>뿐 아니라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관이 언뜻 느껴지기야 하는데, 그 완성도가 처참하여 비교가 실례될 정도다. 물론 이 모든 것들보다도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를 표방한다는 게 더욱 기가 차는 부분이다.


영화 속 찌꺼기를 통해 몸이 출력되는 미키를 두고 싸구려 스팸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 이 영화가 싸구려 스팸 그 자체다. 로버트 패틴슨, 스티븐 연, 마크 러팔로 같은 배우들을 다져다가 대충 봉준호 자기복제통에 넣고 누른 싸구려 스팸같은 영화다. 코미디 영화라면서 유머 감각 역시 처참하여 조미료조차 들어가지 못한 싸구려 스팸이다. 이 영화가 자본주의에 날리는 가장 통렬한 한 방이라면 이 영화에 역대 최대의 한국영화 제작비를 쏟아놓고 이런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영화 외적인 부분 아닐까? 워너브라더스와 봉준호가 영화의 주도권을 놓고 다툰 끝에 봉준호가 일종의 해태를 한 것이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과 실망감이 너무 커서 스텝롤이 올라가는 내내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봉준호 감독이 다시 창작자로서의 야심을 되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