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25.04.12)

춘야독취

by 취생몽사

이제야 몸이 좀 다 나은 것 같다. 월요일에 병원 가서 약을 타왔고, 화요일은 어찌저찌 콜록거리며 버텼다. 수요일쯤 되어서야 몸이 좀 낫기 시작했는데 그 날 저녁에는 술을 잔뜩 먹었다. 나는 술만 먹으면 박애주의자가 되는 탓에 다음날엔 낯부끄러운 카톡을 한아름 마주해야 했다. 다행히 절대 연락해서는 안 되는 이들에게 연락하진 않았다. 언제나 숨김친구 기능을 생활화하자. 목요일에는 민방위를 갔다가 오늘은 그냥 일찍 퇴근해버렸다. 퇴근해서는 승찬을 만나 청계천을 좀 뛰었다. 간만에 뛰니 상쾌하기도 하고, 아 정말 봄밤이란 아름답다.



저녁을 먹지 않아서 승찬을 보내고 혼자 소주 하나에 국밥을 먹었다. 소주는 왜 시켰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는데, 사실 나는 혼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봄밤에 꽃놀이를 즐기며 달리기를 했는데 술 한잔 먹지 않는 것은 조국의 오늘처럼 유죄인 것이다. 내가 이렇게 풍류를 즐기고 조국씨 감옥간 게 즐거운 사람이다. 성격 좀 급하다고 조급혁신당 소리를 들으면 많이 억울하다. 술기운이 킬로미터 당 5분 페이스로 올라오고, 지갑에 있는 만오천원을 전부 꺼내서 계산하고 집에 돌아왔다.



아까 돌아오는 길에 이미 한 잔 먹은 세준이 전화해서 내일 산에 갈 거냐고 물었다. 암, 그렇고 말고 당연히 가야지. 태곤에게 전화해서 너는 갈 거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안 간다며 내일 서울에 강풍이 분다고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꽃잎이 휘날릴 것인데 어찌 안 간다는 말인지. 요즘 젊은 것들은 확실히 풍류를 알지 못한다. 크게 혼나야 마땅하다. 고준우는 자신이 삼십대라며 몸이 아직 안 나았다고 우는 소리를 하는데, 나는 10학번 선배가 산가자고 했으면 일단 양말부터 신었을 것이다. 내 친구들은 아퍼. 내 친구들은 바뻐. 내 친구들은 나뻐. So you better pay me proper.



집에 돌아와서 아무렇게나 던져둔 기타를 다시 잡았다. 일단 동지가를 한 번 불러봤다. 이거 코드가 이렇게 쉬웠나? 나는 언제나 동지가가 제일 좋다. 누구 결혼식에서 축가로 동지가 불렀으면 좋겠다. 차디찬 새벽서리 맞으며 사랑 영원한 사랑이래잖아. 어울리잖아. 어제 씨잼 포커페이스 코드 알아내서 한 번 쳐봤는데 코드가 단순해서 맛이 없다. 요즘은 How I got to memphis를 치는 게 즐겁다. 뉴스룸의 윌 매커보이처럼 늙고 싶기 때문이다. 본업이 기타리스트고 부업으로 전력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씻고 자리에 누워서 아직도 취기가 가시지 않아 사부작사부작 이런 쓰잘데기 없는 글을 쓴다. 간만에 참 평온한 일주일이다. If you love somebody enough, you’ll follow wherever they go. That’s how I got to Memphis. That’s how I got to Memph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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