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는 제주 푸릉리의 작은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그곳의 사람들이 꾸려나가는 각자의 인생에 대한 드라마다. 때로 울고 때로 웃는 이 드라마는 언뜻 인생의 질곡과 찬란에 대한 아름다운 유화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화가 종종 그렇듯 이 아름다운 덧칠 뒷편에는, 냉정한 느와르와 잔혹한 피카레스크가 암약하고 있다. 푸릉리 앞바다 위 수놓인 윤슬 아래, 춘희 삼춘(고두심 분)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 해녀 범죄 조직의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다.
이들 조직의 존재를 간파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춘희 삼춘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장으로, 이 조직의 수장이다. 이들 조직의 이름은 ‘일심’으로, 조직원들은 팔뚝에 조직의 이름을 새겨야 한다. 이들이 주로 하는 일은 물질을 빙자한 마약 밀수로 보인다. 가게를 여럿이나 두고 있다는 은희(이정은 분)는 생선 손질을 남에게 맡기지 않으며, 극소수의 친위대와 함께 작업을 진행한다. 단순 생선 손질이라면 요구되지 않을 철저한 보안이 지켜지며, 그녀는 거대한 수입을 기반으로 옥동과 춘희의 행동대장을 자처한다. 특히 은희는 일종의 사채업을 겸하며 시장 상인들(인권과 호식, 박지환-최영준 분)을 옭아매고 조직의 하급 인부로 써먹는다.
이들 조직의 역사 역시도 드라마 곳곳에 남아있다. 현재 조직의 대장은 춘희로 보이나, 한때 조직의 대장은 옥동(김혜자 분)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옥동은 실제 본인 입으로 ”춘희는 나의 졸“이라 선언하기도 한다. 동석(이병헌 분)이 모종의 이유로 조직에 반기를 들자, 조직은 이에 책임을 물으려 하였으나 2인자였던 춘희의 중재로 인해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는 조직원들은 동석에게 주기적으로 전화하며 옥동을 언급한다. 이는 단순히 집나간 탕아를 훈계하는 것이 아닌, ”너희 어멍이 우리 손에 있다.“는 협박의 뉘앙스가 포함되어 있다. 동석은 조직을 모두의 아들을 자처하고 있으며 조직을 대속하듯 삶을 살아간다. 조직원들은 하나같이 “개가 물어갈 놈” 등의 욕설을 쓰는데, 이로 미루어보건대 조직의 처분이란 상당히 잔혹할 것으로 보인다. 어멍을 인질잡힌 동석은 푸릉리밖에서 모두의 아들을 자처하며 대속하는 삶을 산다.
일심의 미래를 이끌 이로 지목되는 것은 물론 영옥(한지민 분)이다. 영옥은 끝내 해녀 조직의 일원으로 인정받았으며, 향후 권력 투쟁에서 큰 힘이 되어줄 선장 정준(김우빈 분)을 자신의 속하로 두는 것에 성공했다. 동시에 일심의 행동대장 은희 역시 영옥을 지지하고 있기에, 영옥의 미래는 비교적 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영옥의 치세가 오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며 할망 못지 않은 고집과 패기를 지닌 은기(기소유 분)가 춘희의 이름으로 푸릉리에 다시 도달한다면, 푸른 바다가 다시금 붉게 물들 지 모른다. 이 과정 속에서 하급 조직원으러 교육받고 있는 정현과 육지 엘리트를 대변하는 영주 역시 갈등에 놓이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들의 블루스>는 푸릉리라는 바다의 제국을 무대로, 각자의 삶과 욕망이 교차하는 느와르적 파노라마를 그려낸다. 윤슬은 더 이상 햇살의 반짝임이 아니라, 수면 아래 피어오르는 음모와 피의 잔광이다. 바다에 잠긴 과거의 망령들이 다시금 물질을 시작하고, 부표처럼 떠오른 이름들은 춘희, 옥동, 은희, 영옥, 그리고 은기로 이어지는 피의 계보를 암시한다. 언뜻 평화로운 어촌 드라마의 결을 지녔던 이 서사는, 결국 제주라는 섬의 고립성과 여성 공동체의 응집력, 그리고 그 내부에 깃든 비밀과 복수를 증폭한다. 대물림되는 권력과 저항, 삶과 죽음의 이중주 속에서, 우리들의 푸릉(블루스)은 어떤 공간으로 기억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