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근황 글을 거의 적지 못했다. 그냥 논문 쓰고 술 먹고 인상 쓰고 욕 먹고 입맛이 썼다. 대학원생이 졸업하려는 것이다. 뭘 많이 했다고 얘기할 수도 있긴한데, 생각해보자면 모든 대학원생은 결국 졸업하려고 사는 것이니 그냥 살았다는 말이다. 영화도 못 보고 책도 못 읽고 파란 하늘 멍하니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러니 이야기할만한 근황이랄 게 거의 없었다. 주말에도 당연히 내내 논문 썼다. 방법론이 뎁스가 약하다는 피드백 받아서 어떻게든 뎁스 채우려고 발악을 한 것 같다. 일요일에 JTBC 10km 러닝 대회가 있어서 원래는 자정 전에 자려고 했다. 기록이 대수냐 졸업이 먼저지 싶어서 그냥 두시간 반 자고 일어나서 뛰었다. 그러니까 한 시간 오버라고 욕하지 마라 잠 푹자는 말라깽이 새끼들아, 0.1톤 몸뚱아리로 두 시간 자고 일어나서 10km 뛰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러닝 끝나고는 돌아와서 논문 썼다면 좋았겠지만, 도무지 이런 날 한 잔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종암동 수제 갈비집 가서 돼지갈비에 소주 한참 먹고 그대로 뻗어서 잤다. 그렇게 밤에 일어나서 밤새서 논문 쓰고 한 두시간 또 쪽잠 자고 오늘 결국 일단 초안 냈다. 물론 내일부터 또 긴긴 낮과 긴긴 밤을 바냐 아저씨처럼 지새며 논문을 고쳐야 하겠지만, 일단 뭐라도 내긴 냈다. 파일 제목이 v0.9에서 v1.0으로 바뀌었다. 최근에 통과한 저널 manuscipt는 v5.4쯤이긴 하다. 요즘 노동요는 딱 두 곡만 반복해서 들었다. 내내 IRIS OUT이랑 KICK BACK 들었다. 나도 레제편 보고 싶다는 말이다. 아니 사실 윤가은 신작도 보고 싶고, 프랑켄슈타인도 보고 싶고, 아니 그냥 영화관을 좀 가고 싶다. 영화관 못 가니까 아주 죽을 맛이다. 핸드폰 끄고 2시간 그 세상과 격리된 시간이 간절하다.
오늘은 장혜영…위원장님 (일면식이 있으면 편하게 글을 못 쓰겠다.) 라디오 방송 나온 거 봤다. 솔직하게 감상 쓰면 또 물의를 일으켜 지역위원장님께 끌려갈 것 같아서 그냥 닥치고 있을란다. 사실 별로 할 말도 없다. 나는 보는 내내 최적화에 대한 생각을 했다. 쿠팡의 현재 BM에서 새벽배송 필수요층에 대한 추가 비용을 산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노동 환경을 일반적으로 개선할 경우에 대한 BM이 좀 궁금했다. 물론 이건 산업공학과가 하는 일이긴 하지만, 뭐 포뮬레이션 정도는 생각해볼 수 있잖아. 죽은 박원순이 불알 잡고 흔들던 손병관이가 후기 쓰는 것 보면서 그냥 문득 사람들은 왜 이리 내 동지들을 미워하는가 생각해봤다. 나? 나는 괜찮다. 나는 미움 받기 전에 사람들을 선제적으로 미워하고 있어서 괜찮다. 오늘도 악플러 되고 싶어서 손가락 움찔거렸다. “(윤석열의) 총알 배송 vs (쿠팡) 새벽 배송, 한니발…아니 한동훈의 선택은?”
그래도 명색이 초안이 나온 날이므로 술을 한 잔 마셔줘야 한다고 봤다. 더피플스라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 사왔다. 세븐일레븐에서 파는 화이트인데, 유튜브 보니까 평가가 괜찮더라. 가격도 24900원이다. 물론 요즘 주머니 사정이 아주 넉넉치는 않다. 와인 사면서 오늘 프린터 고치러 지담 T&C 사무실 갈 때 와인 한 병 가져가라고 하셨는데 그냥 가져갈걸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유튜브에서 이 와인이 라운드하고 풍성하고 좋다는데, 난 잘 모르겠다. 라운드가 뭔 소리야? 나 그래도 사케 맛은 좀 구분이 되는데 와인은 잘 모르겠다. 취향을 더 기를 필요가 있진 않겠지. 와인 이름이 더피플스라니, 당연히 민중민주겠지요? 사실 알 게 뭐람. 난 이름에 연합 붙은 친구들 싫어하지 않는다. 연합 뉴스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와인 한 병 마시면서 근황 대충 적었다. 좀 추워도 가을이다. 술 많이 먹고 다들 행복합시다. 사랑하며 살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