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17.01.13)
"요즘 글 안 쓰는 것 같더라?" 고 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요 친구 양반, 내가 요즘 얼마나 텍스트에 파묻혀 사는데...라고 항변하려다 그만두었다. 요즘은 확실히 내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바쁘기도 했고, 뭐 쓸 소재가 있어야 말이지. 그래도 오늘 아침은 조금 글을 쓰고 싶었다. 일어나 보니 세상이 희고도 맑아서 나도 모르게 "키미노...나마에와?" 하고 중얼거릴 뻔 했기 때문이다.
미니스톱에 가서 초코초코 우유를 하나 사다가 학교 교정 여기저기에 두고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뭔가 어색했다. 왜일까 하고 생각해보니 나는 교정이 아니라 골목길 같은 곳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 그런가 싶었다. 쓰러져가는 골목 어귀에 우유팩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아재스럽기 짝이 없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눈이 오는 날 이렇게 우유팩을 열어두고 담배를 태운다. 그러다 한 모금 한 모금 마시게 되면, 내가 눈을, 겨울을 마시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따뜻한 조지아 맥스도 좋아하고, 야채호빵과 함께 먹는 소주도 좋아하지만 오늘은 참 초코초코만한 게 없구나 싶었다. 지난 밤의 음주와 흡연으로 까칠해진 목에 연고를 바르는 듯 하다.
이건 아무 주제도, 의지도 없는 글이다. 그런데 이 순간의 나를 적확하게 표현하는 글이기도 하다. 펄펄 끓다 국물이 다 쫄아버린 부대찌개에서 퍼져있는 라면사리 역할을 맡고 있다. 숨을 고를 필요가 있었던 나날이었고, 그래서 오늘 눈이 오고 초코초코 우유를 먹을 수 있었던 것에 나는 다시 한 번 "키미노...나마에와?"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