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축제를 상상한다

고대신문 기고

by 취생몽사

축제는 크게 두 가지 측면을 지닌다. 일상을 벗어난 일탈의 성격과 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종교적 의례의 성격이 바로 그 두 가지이다. 축제 속 연예인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먼저, 대학축제 속 연예인은 분명 일상적인 풍경은 아니다. 광장에 무대가 세워지고 그 위에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풍경은 분명 일탈의 성격을 지닌다. 그 시간을 통해 학우들은 즐겁게 어울리고 환호하며, 저마다 축제의 기억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연예인들의 공연은 일종의 종교적 의례인지 모른다. 설치된 무대와 연예인에게서 제단과 제사장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또한, 하나 되어 무대를 즐기는 관객들의 모습 역시 종교적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망실된 것은 공동체의 통합이다. 모두가 같은 곡을 부르거나 가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에서 공동체는 행동, 즉 형식에 있어 통합을 이루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단체행동을 통해 공동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나 정신까지 표출되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은 어디까지나 공동체의 외부인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사람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축제에 자본의 물결이 밀려든다는 비판은 비단 섭외비용에 국한한 것이 아닌지 모른다. 시대정신이 사라진 시대에 공동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 역시 망실되었고, 공동체는 통합을 위한 수단을 외부의 문화 자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 대학축제 속 연예인은 분명한 순기능을 지닌다. 다만 축제가 진정 대학이라는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기능하려면, 공동체 내부에서부터 공동체를 묶어낼 수 있는 가치관과 문화 자본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응원단을 통해 많은 학우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응원문화는 고려대학교의 큰 자산이다. 동시에 대동제에서 동아리 및 학우들의 공연과 연예인 공연을 함께 진행하는 것은 그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읽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연예인의 화려한 등장에 환호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다만 동시에, 더 많은 학우가 조금씩 더 공동체에 관심을 두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간다면 언젠가 연예인 없이도 충분히 화려한 대동제와 입실렌티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당장은 어렵겠지만, 분명 신이 나는 상상이다. 그 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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