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남은 질문

세월호 추모주간 대자보

by 취생몽사

박근혜의 탄핵이 인용되던 날에, 그래서 모두가 승리했노라 이야기를 늘어놓을 때, 세월호가 곧 인양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근혜라는 추에 매달아 놓은 진실이라는 이름의 헬륨 풍선이라도 되었던 것인가. 박근혜의 탄핵이 인용되자마자 세월호가 인양된다는 사실은 내게 조금 혼란스러웠다. 정말 대통령 때문이었나 아니라면 그냥 타이밍이 절묘한 것뿐인가.

정말로 인양을 막은 것이 박근혜인가. 은근슬쩍 끼얹어지곤 했던 교통사고니 어쩌니 하는 말들은 어디로 갔는가. 정치니 경제니 점잖을 떠는 어르신들이 양복을 입고 이야기했고, 그럴 때마다 유가족들의 요구와 주장은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다가 광장을 굴렀다. 그 요구와 주장이라는 것은 오직 “돌아오라”는 문장이었는데, 그때마다 유가족들은 어떤 취급을 당해왔는가. 광장의 촛불은 시대의 상처를 제대로 비춰냈는가. 그게 아니라면 세월호는 그 뒤로 길게 내려앉은 그림자 속에 묻혀있었던 것은 아닌가.

국가이기 전에 공동체였어야 할 이 사회, 그리고 그 구성원들은 지난 3년 어떻게 세월호를 대해왔는가. 박근혜만큼이나 그의 지시를 기다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인간들을 나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제도와 시스템은 안전사회를 향해 있는가. 아이들을 구해내지 못한 무능한 관료제는 그대로인데, 국민안전처가 생기면 정말 우리는 안전사회로 나아가는가. 배를 타고 여행 간다는 친구의 말에 나는 왜 멈칫했는가.

탄핵이 되는 순간 유가족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광장에 모인 이들이 환호할 때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몇 번을 흘렸을 그 눈물을 또 쏟아내었다. 서로를 부둥켜안지 않으면 당장에라도 녹아내릴 것 같아 발버둥 치는 처절한 모습이었다. 온 세계의 환호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온 세계의 비참이 몸을 떨며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그토록 생생한 슬픔 앞에서 나 역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누가 빛 속의 어둠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던가.

세월호는 드디어 3년의 숨을 몰아쉬려 고개를 들었다. 해저에서 보낸 세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선체의 모습에 그 누가 자신 있게 말을 이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정말 나은 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가. 삶은 더 나아질 수 있는 법이라고, 우리 자신에게 또 우리 다음 세대에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가. 거대한 상처가 모습을 드러내었고, 우리는 그간 외면했던 질문들과 다시금 마주하게 되었다. 그 수많은 질문 앞에 우리는 답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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