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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17.02.04)

뚠뚠해

뚠뚠해


요즘 매일 일을 무지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데 살이 장기하의 달마냥 차오르고 차오르고 계속 차올라서, 아니 이게 무슨 일일까 하고 고민고민 해보았다. 하긴 직장인들도 일하지만 살이 찌잖아. 앉아서 키보드만 두들기고 있으니, 손가락은 얇아지고 얼굴과 몸에는 살이 붙는다. 허 참 이거 진짜 큰 일이다. 오늘 간만에 빨간 목폴라를 입었는데, 패트와매트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목폴라 싫어해 이놈들아.


겨울에 살이 찌는 것은 어쩔 수 없기야 하다.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알콜량이 거의 2배 정도로 치솟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겨울을 지내고 나면 나는 햇살을 보기가 힘들지어라. 문득 말이 부럽다는 생각을 하는데, 놈은 하늘이 높은 계절에만 살이 찌기 때문이다. 아무튼 오늘 머리를 자르는데, 훈련소에서 찍힌 그 사진이 기억나버렸다. 아니 이게 뭐야 대체. 요즘은 추워서 성북천을 뛰지도 못한다. 성북천에는 미뇽이 나온다고 들었...아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중요한 것? 중요한 것이 뭘까. 요즘 몇몇 단어들에 특정 수식어를 유리시키려 하고 있다. 요즘 내 일상의 금기어는 '나름의 노력', '더 중요한 일', '적절한 권위' 같은 것들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믿을만한 사람'을 추가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사람을 믿는 것인가 관계를 믿는 것인가? 인간이 저장장치에 기록된 파일이 아닐진대, 나는 그로부터 무엇을 불러내고 무엇을 다시 업데이트해야하는 것일까?


야 이런 소리 다 쓰잘데기 없고 야 늙어죽을 땐 친구가 몇 명일지? 결별을 선언하고도 집에서 찌질대며 낡은 편지나 뒤적거리고 겉으로는 쿨한 척 하려 차갑게 말하기 전문가가 되어버린 미련 곰탱이었는데, 어 지금은 또 왜 마치 화해와 평화의 비둘기 한 마리처럼 구는거야? 매트도 뚠뚠해. 곰돌이도 뚠뚠해. 요즘 비둘기들도 우리 모두 뚠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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