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샘, 봄, 비

18.04.04

by 취생몽사

아쉬운걸까? 잠시 고민했지만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4월의 네번째 새벽은 비가 내린다. 꽃샘봄비라고 해야할까. 잠깐 ‘꽃샘봄비’라는 말은 예쁜 말이 네 개나 들어있잖아. 꽃, 샘, 봄, 비. 이렇게 쓰고 나니 저 혼자 감정을 표현하는 ‘샘’이 도드라져 보이지만, 뭐 어때 정말 다 예쁜 단어들인걸. 자취방 대문 앞에 서서 비를 즐기다가, 그제서야 땅바닥에 눌러붙은 꽃잎들을 발견했다. 이 골목길에 벚나무가 있던가. 하늘을 보니 옥상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는 나무의 잔가지가 보인다. 아, 너로구나. 너였어.


다시 아쉬움을 따져보았다. 애인과 꽃구경 가기로 했는데, 이렇게 비가 내린다면 아무래도 어렵지 싶다. 오늘도 신포도를 적립하는가 싶긴 하지만, 그깟 벚꽃이 뭐가 대수란 말인가. 꽃샘봄비로 인해 꽃잎은 나뒹굴지언정, 두 눈이 아닌 마음을 적시는 봄비가 내리고 있단 말이다. 애인도 창문을 열고 바람을 쏴고 있다고 했다. 이때다 싶어 사랑의 밀어를 습기를 머금은 밤바람으로 속삭였다. 애인은 답장 대신 천년 전 중국에서 태어났다면 훌륭한 시인이 되었을 거라고 칭찬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