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대학 sk미래관 점거투쟁 연대 자보
염 총장이 SK 인문 미래관을 받아들고 어데다 써먹어야 좋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허다 한 꾀를 얼른 내어 ‘인문’ 자를 썩둑 잘라내어 던져버리고는 토론 공간을 바라보며 자아 이만허면 미래대학을 못 했어도 나름대로 개혁적인 총장 같겄구나. 일사천리로 공사판을 벌여놓고 돌아오니 학생들이 인문 미래관의 인문이 없어졌다는 말을 듣고 만류를 허시는디.
“여봐라 총장아! 여봐라 총장아! 강의실도 모자라는데 토론실을 무엇 허로 맨드느냐? 교양관은 주지 않고 서관도 좁아터졌던 것이 문대 공간 아니더냐? 미래대학이 다시 성사될 리 없거니와 건물에 토론실 만든다고 누가 너를 개혁적인 고등 교육 인사라고 비례대표라도 주겠느냐? 하지 마라 총장아! 하지를 말라면 하지 마라!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겠다더니 새 술도 없이 새 부대만 맨드느냐? 못 하느니라, 못 하느니라! 문대 텐트를 밟아 이 자리에다 묻고 가면 맨들지마는 학우들 목소리를 무시하고는 못 하느니라! 총장아 민주적인 학사 행정을 생각하믄 하지를 마라.”
이에 염 총장 신년사를 내오되
"대학에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개혁을 하려 하는데 무슨 풍폐 있사오리까?"
총장님 판소리 좋아하시는지요? 수궁가를 빌려 신년 인사 한 대목 올립니다. 해가 바뀌었다지만 요즘 학교를 보아하니 올해도 고려대학교 학생들에게 ‘희망찬’ 새해를 이야기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새벽마다 학교 건물 곳곳에서 펼쳐지는 학내 노동자들이 피켓팅을 진행하고 있고,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는 예년과 같이 결연한 등록금 인상 의지를 보이는 학교 덕에 촛불이니 뭐니 했던 한 줌 희망도 바스라질 모양입니다. 특히 문과대 학생회가 진행하고 있는 점거 농성에 아무런 대답 없는 총장님을 바라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총장님의 신년사는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타율성’과 ‘보편성’을 타파해야 한다며 ‘학문의 독자성을 존중’하면서도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말씀이셨지요. 더 나아가 ‘현실의 이익’이나 ‘집단의 이익’에 휩쓸린다면 대학의 사명이 훼손될 것이라 이야기하셨습니다. 그 대학의 사명이란 미래를 선도하는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함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총장님의 신년사가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신년사에 담긴 총장님의 의지는 SK 인문미래관의 인문을 지우는 식으로 행정에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토론실을 만들면 자유로운 토론 속에서 창의적인 인재가 육성된다니 거참 창의적입니다. 총장님의 교육철학은 재임 내내 그래왔듯, 구호만 있을 뿐 실체가 없습니다. 그렇게 빈 껍데기로 행정이 진행되다 보니 전시 행정의 연속이 이뤄지는 것이구요. 학내 구성원을 향한 설득의 목소리를 진작에 그만두신 이유도 그것이겠지요. 아무리 피교육자라지만 실체 없는 교육 철학의 미사여구 몇 마디로 현혹되기야 하겠습니까?
실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총장님의 교육 철학이 학생들이 제시하는 현저하게 낮은 전공 강의 수용률보다 우위를 점해야 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학생들의 자치공간은 학내 낙후된 지역처럼 취급받으며, 자치 단체들이 하나둘 위기에 놓이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당장 중단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대학이 생활 공동체로 기능하며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기를 포기하고, 그저 교육 서비스 업체로 전락하려는 이유는 또 무엇입니까? 혹 SK 미래관에 간이라도 떼어 숨겨놓으셨습니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의 연속과 청와대도 국민 청원을 받는 시대에 학생들 요구안을 거들떠보지 않는 불통의 반복은 이제 그만두시지요. 이제는 제발 학생들도 수긍(首肯)할 수 있을 답변과 결정을 부탁드립니다. 총장님께서 불러주실 수긍(首肯)가를 기대합니다.
추신. 가사는 “즉각철회”, 네 글자만 말씀해주셔도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