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구름이 낀 탓에 햇빛이 들지 않아 늑장을 부릴 여건이 없나 했건만, 아침부터 시끌거리는 탓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캔커피와 담배를 들고 나가보니, 근처 고등학생 여럿이 아침부터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 나이 또래의 언어 습관답게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씨발년’쯤 되었고, 교복을 보니 언덕 위에 있는 모 고등학교 남학생들 같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나 역시 따라서 담배를 피웠다. 차근차근 관찰해보니 모두가 ‘돕바’라 불리는 롱패딩을 입고 있다. 이 대목에서는 살짝 부러웠는데, 나는 아직 롱패딩이 없기 때문이다. 열 댓명은 되어 보이는 구름 과자 패밀리들은 모두가 아는 사이는 아닌 것 같다. 내 자취방 앞 골목은 그들에게 일종의 담배 정류장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다음 갈 길을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 그래서 그 어떤 곳보다 핫플레이스임에도 3~4분의 위안을 위해 존재하는 곳. 학교를 일찍 마친 그들은 150m 떨어진 이 골목에서야 담배를 꺼내 물고 2000년 생의 시름을 달래고 있을 터였다. 그래, 언덕길 내려오느라 수고 많았다.
내가 담배를 다 피워갈 때쯤 그들은 아마도 PC방으로 향하는 듯 했다. 나는 잠시 용문고등학교 행정실에 전화를 걸어, 학생들이 교문을 벗어나는 순간 이후에도 학교의 의무를 다할 것을 요청해야 하나 싶었지만 서로 귀찮은 일인가 싶어 그만두었다. 다만, 학교가 저 아이들에게 ‘담배 태우지 말아라’보다는 ‘남의 집 앞에 꽁초 버리지 말아라’를 가르친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저 나이에 그런 것을 배우지 못한 탓에, 담배 꽁초를 제대로 처리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있지 못해서 그렇다.
너희들은 집게와 비닐 봉지 없이도 담배를 피는구나. 너희가 얼마나 편의점 주인을 귀찮게 했으면, 깔깔이 입었어도 민증이 없으면 담배를 주지 않는가 싶기야 했다. “Partytime's over. You have to be back to the lane!” 너희도 스무 살의 박수갈채를 기다리고 있는걸까. 하루하루에 무감각해지는 날들이 많아지고, Get high하기 위해 필요한 술잔도 늘어날 텐데? 한숨 뱉고 피시방으로 향하는 아쉬운 발걸음이 기억도 안 나게 될 텐데? 하기야, 언제나 19th step은 그런 모습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