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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17.03.10)

Ravenclaw.

이 유서 깊은 기숙사의 이름은 Rowena Ravenclaw라는 마법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동시에 Raven과 Claw라는 두 단어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Raven은 매우 지능적인 새로 알려져 있으며, 스칸디나비아를 비롯한 아일랜드, 부탄, 북미, 시베리아, 동북아시아 등에서 고대 원주민 문화에서 영적인 존재로 추앙받기도 한다. Raven 즉, 까마귀가 종종 주술적인 것, 혹은 종교적인 것으로 추앙받는다는 사실은 많은 문학 작품이나 설화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삼족오라는 세 발 까마귀가 있으며, 최근 인기를 끌었던 소설 원작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도 Three-eyed raven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똑똑한 학생들만 받고 싶다는 로웨나의 소망을 담아내기에 가장 적절한 상징이 아닐 수 없다.
 
동시에 Claw란 발톱을 의미한다. 발톱은 어디론가 이동하거나 무언가를 공격하고 움켜쥐는 용도를 지닌다. 그것은 결국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무엇인가로 해석되어야 하며, 종종 Ravenclaw의 학생들이 적극적인 행동을 펼치는 것과도 연계하여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루나 러브굿이나 초 챙과도 같은 학생들은 D.A.의 핵심적인 인물들이기도 했으며, 유령이 되어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우닝 머틀 또한 이 기숙사의 학생이다. 다만 이들의 행동은 그리핀도르의 그것처럼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보다는 자신 나름의 신념과 원칙에 따른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질데로이 록허트나 퀴리너스 퀴렐 역시 래번클로라는 사실은 그들의 움직임이 항상 선한 방향으로 향하지는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기숙사의 분류를 담당하는 마법모자는 일종의 인공지능으로 강력한 레질리먼스를 통해 모자를 쓴 이의 마음자리를 구성하는 빅데이터를 추출하고 결괏값을 도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마법사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훨씬 복잡하고 강력한 프로세스로 보인다. 매년 비슷한 수의 학생들을 각 기숙사로 분류하는 작업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며, 인간 부류는 결코 날두부 자르듯 4등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한 마법모자는 "가장 똑똑한 아이들만 가르치도록 하세."라는 래번클로의 창립 이념을 적당히 바꿔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선 래번클로 학생들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특별히 고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남들과는 다른 반짝이는 구석들을 지닌 친구들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가장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물은 대개 그리핀도르였으며, 래번클로의 경우는 엉뚱함 혹은 창의성 등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흔히 덕후라 불리는 사람들의 성질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결코 무시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예컨대 불사조 기사단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아이들의 따돌림을 당하는 그녀는 다른 아이들이 그녀의 소지품을 숨겨 그것들을 찾아 헤매고 있었고, 해리가 도와주겠다고 하자 "마지막엔 꼭 돌아오게 돼 있어."라는 대답을 남긴다. 시리우스를 잃은 해리에게 루나 러브굿과 같은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이는 루나 외엔 없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기숙사인 래번클로는 그러한 기숙사다. 실천하는 지성은 그 가닥이 잘 잡힐 경우 많은 이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고, 동시에 세상을 바꿔나가는 역할 역시 수행할 수 있다. 물론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장면이라 할 수 있는 호그와트 대전투 이후 대연회장의 모습은 결코 기숙사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으며,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존재임을 명확히 한다. 기숙사별 테이블이 해체되고 모두가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는 모습은 그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는 그 모습에서 다시 한번 래번클로가 배출한 걸출한 마법사의 대사를 떠올려야 하는지 모른다. "It always does in the end." 그러한 믿음이 우리를 더욱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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