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관에서 만난 사람들
어느 겨울 나는 치기와 군중 심리를 따라, 오만과 편견이 나를 따라, 수더분하니 허름한 건물에 몸을 뉘였다.
주변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꼬나물고는 허공에 과녁이라도 그려져 있는지 오래도록 매섭게 하늘을 바라보는 망나니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낮은 목소리로 웅얼대면서 목과 어깨에 잔뜩 힘을 주는 엉터리 누가 봐주기라도 원하는 듯 일부러 크게 웃어제끼며 정체 모를 마실 것만을 괜히 홀짝이는 푼수데기 괜한 호기심에 발을 들였다가 사랑에 매여 펜을 잡고 덜덜 떨고 있는 머저리
이 그득히들 얼어붙은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난간에들 기어코 올라 앉아서 언젠가 머리가 깨지는 상상을 하고
술담배에 쩌든 내음새가 나지만 사람과 고양이를 보거들랑 반갑다고 인사를 하니 모르긴 몰라도 그 모두가 고독하니 고독하여 외로운 심정이다
간신히 먼지쌓인 방에서 몸을 일으킨 이들이 대사를 외고 밤새 종이 더미 속에 파묻힌 이들이 새로이 글을 써내려 갈 적에 낮부터 울려대던 음악 소리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오히려 해질녁에 풍악 소리마저 들려오니 회의를 하고자 하는 이들이 볼멘소리를 한다
밤이 깊어갈수록 왜나 무엇으로 시작하는 해묵은 고민이 서로의 어깨죽지를 스치고 지나가니 외로운 이들이 때때로 모여 술을 마셨으나 도무지 왁자지껄하기는 커녕 연인의 입맞춤인양 속삭이다 말았고 겉과 속 다른 짓거리에 통달한 버러지가 더러 있어 그곳에 다녀온 뒤로는 몸과 귀를 한 해는 족히 씻어내야 했고 악인도 선인도 공존하는 곳이지만 언제나 모두가 나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