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1864호 사설에 붙여
19일자 고대신문에서 슬그머니 작성된 사설을 두고 뒷말이 나왔다. 학내 자치단체의 국제정세에 대한 무지를 훈계하는 식으로 작성된 해당 사설이 공유된 SNS 댓글란은 난리가 났다. 상당수의 독자들이 해당 학내 언론이 갖고 있는 국제 정세에 대해 의구심과 함께 반발을 표하게 된 것이다.
고대신문은 아무래도 국제정세에 대한 신중한 이해에도 불구하고 학내 커뮤니티 등지에 만연한 20대의 반중정서에 대한 이해는 전무했던 모양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해당 사설이 공유되자 온갖 커뮤니티에서도 동시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한 댓글은 “이 사설이 진심이 아니라면 다음 호 만평에 고양이를 그려달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사설을 중국에 굽신거렸다고 이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오히려 편집 권한을 쥐고 있는 학교 본부와 연계하여 이해하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고려대 유학생 중 상당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기에 학교 본부는 중국 유학생들을 자극하는 사건에 상당히 민감하다. 고등 교육 평가의 국제화 지표를 위해, 글-로발 KU가 되어야 하며 그 중에서도 중국 유학생들은 가장 중요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학교 본부는 2017년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입학금 폐지를 제시하고 중국 유학생 등록금을 올리자는 제안을 학생 측 위원에게 전달했다가, 이를 중국어로 홍보한 학생 측의 대처로 인해 곤경에 처한 적도 있다. 고대신문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국제정치에 대한 신중한 이해(理解)는 곧 자본의 이해(利害)이기도 했던 것이다.
논란 이후 고대신문 측은 “대부분의 언론사가 그러하듯 사설은 한 신문의 기조와 입장을 대표하며, 고대신문사 사설 또한 그러한 대표성과 책임감 아래 여러 논의를 거쳐 작성됩니다.” 고 밝혔다. 물론 학내언론은 사설을 통해 학생사회의 견해와 정체성을 표현할 책임이 있다. 이를 높으신 누군가가 불편하게 여긴다고 하여 수정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학내언론이란 누가 인쇄비를 내주는가에 대한 냉철한 현실인식과 학교 본부의 속마음에 대한 신중한 이해를 요구한다. ‘편집실의 악마’가 부를 파장을 늘 고려해야한다.
학교 본부가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의제의 숫자가 상당한 만큼 비슷한 논란이 또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저물어가는 황혼 속의 본교 학생사회가 현실에 대한 인식을 더 정확히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