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Melon 점괘

by 취생몽사

혈액형별 성격유형에 대한 잡설에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로부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그 날두부 자르듯 4등분 된 성격 유형에 자신의 몸을 끼워넣기도 해. 누구나 그런 미신의 유혹을 받아본 적이 있고, 나 역시 지난 이틀 간 “새해 처음으로 듣는 노래가 그 해 일을 알려준다.”는 Melon 점괘를 신경 쓰느라 오늘 아침에야 처음 음악을 듣게 되었네. 건조기를 돌리러 빨래와 씨름하다 무심코 틀게 된 노래는 E-Sens의 MTLA였으니, Melon 점괘를 들고 간단한 풀이를 한 번 해볼까.

조만간 믹스테잎 <이방인>을 발매하겠다던 이센스의 다짐은 해가 두 번 바뀌었음에도 이뤄지지 않았네. 그의 게으른 작업 속도야 팬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해. 하지만 팬들이라면 그가 1집 <The Anecdote>를 23일만에 작업했다는 것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터야. 그의 극악한 작업 속도에 화가 나려고 할 때마다 이센스는 우는 아이를 달래듯 한 곡씩 작업물을 발표했는데, 그 중 가장 최근에 발표된 곡이 지난 11월에 발표된 ‘MTLA’야.

Move To Los Angeles라는 뜻의 신곡에서, 데뷔 초의 가난에 비해 이제 그는 어느 정도 성공한 래퍼가 되었지. 하지만 그는 여전히 삶과 사랑이 던져대는 질문 중 어느 것에도 마침표를 찍지 못했어. 친구와 나눈 대화 속에서 스스로를 찾아보려 하지만, 친구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확신이 없군. 그는 잠시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하네. 서울보다 하늘이 파란 곳이면 어디든 좋다고 생각하며 여행 계획을 짜지만, 조급함과 욕심에서 자유롭지 못한 보통의 인간이기에 차 한 대 가격의 비행기 티켓값을 검색해보고 잠시 어렵던 시절로 침전했지. 기억에서 빠져나온 그는 여권을 챙기며 짐을 싼다. 살러 갈듯이.

짐싸네, 살러 갈듯이.

마지막 문장이 아무래도 올해 나의 문장이 되길 바라고 있어. 물론 이젠 돈을 벌어야 한다만, “Fuck 구인구직, I’m doing music. 예술로 살아, I’m an artist.” 선언할 용기는 없으니 공부를 해야지. 올 겨울은 너무나 안락해. 낮에는 전기기사 공부하고, 틈 나면 축구를 본다. 연신 벗들이 도와준 끝에 지난 학기 학점 나쁘지 않았고, 한 두 과목 남은 마지막 학기는 전혀 걱정스럽지 않아. 간소한 짐, 든든한 돈이 보장되는 곳으로 가고 싶네. 오전 10시 40분에만 햇빛이 드는 반지하를 떠나서 건조기 돌리러 겨울에 낑낑대지 않는 곳으로. 친구들은 낙담했고, 머저리들만 고민하는 동네를 떠나려 하네. 그래, 짐싸네, 살러 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