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마케터의 일기록
교육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개인이 가진 고유한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몰입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Talented Teenagers>에서 "재능을 소중하게 여기고 최대한 발전시키는 사회에 사느냐, 아니면 잠재력이 정체하고 실현되지 않는 사회에 사느냐 여부가 아이들에게 막대한 차이를 초래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1:1 비대면 과외를 서비스하는 브랜드 설탭의 미션은 개인맞춤형 교육을 통해 '누구나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학생들이 가진 저마다의 고유한 잠재력을 발현하기 위해 우리는 '자기 효능감'에 집중했다. 그리고 '자기효능감을 길러주는 온라인 교육플랫폼'이라는 비전까지 정립하는 순으로 브랜드 위계가 얼추 정리되어 갈 때쯤 새로운 유저들이 유입되는 3월 신학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브랜드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해당 캠페인을 도맡아 진행하게 됐다. 바뀐 브랜드 위계와 방향성에 따라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학생들과 더 가깝게 공명할 수 있을까? 게다가 브랜드로써 처음 도전하는 브랜드 캠페인. 학생들에게 전혀 말을 걸지 않던 브랜드가, 어떻게 다가가야 놀라지 않고 흥미롭게 우리의 이야기를 듣게끔 할 수 있을까?
유저 경험 개선을 위해 진행한 FGI를 통해 학생들을 만나며 지금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본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입장에서 이미 학생들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내가 할 수 있을까?'라며 자신의 고유한 잠재력을 깨닫지 못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희들은 이미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온라인 팝업을 기획했다.
<엄마도 모르는 잠재력, 엄마 몰래 알아보기>를 캠페인 타이틀로 정한 이유도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 대변되는 '엄마'도 모르는, 온전히 자신만의 영역이라는 의미를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팝업은 온라인 방탈출(미궁게임)을 컨셉으로 힌트를 통해 비밀번호를 유추하고 최종 페이지까지 도달하는 방식인데, 학생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유발하면서 힌트와 비밀번호는 우리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조하는 장치로 이용했다.
그런데 왜 많고 많은 방식 중에서 온라인 팝업일까?
처음부터 성수동이나 한남동 같은 요즘 인기가 많은 오프라인서의 팝업이 아닌 온라인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의 학생들이 서울에만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누구나 명문대 선생님과의 과외를 할 수 있게 한다'는 설탭의 설립 계기에서도 알 수 있듯, 설탭을 이용하는 학생의 약 42%의 학생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이미 수도권에는 주말마다 많은 팝업과 브랜드 캠페인이 열리고 있지만, 수도권에 거주하지 않는 학생들은 학업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경험의 제공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들에게도 우리의 응원을 열렬히 전하고 싶었고 그 결과 온라인 팝업이라는 답을 내릴 수 있었다.
온라인 팝업에서 공명할 수 있는 경험을 설계하려면?
사실 이 기획을 진행하면서 모호한 부분이 있었는데, 기획자인 내가 온라인 미궁을 해본 적도 없고 방탈출 또한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 문화와 거기서 오는 성취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해당 기획을 위해 생애 첫 방탈출까지 경험했던 것은 지금까지도 꽤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방탈출이 재미있었고 없었고를 떠나서 '안다'고 생각했던 지점이 실제로 경험했던 것과는 정말 다른 몰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통해 성급한 판단을 더욱 더 경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아무것도 없는 웹사이트에 스토리가 있는 방을 여러 개 만들고 그 이야기들이 물 흐르듯 이어지게 하는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특히 학생들로 하여금 "와 찐이다"라는 이야기나 나오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개발 리소스를 전혀 쓰지 않고 웹 빌더 서비스를 이용하며 제한된 기능을 활용하여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설계해야 했다. 때때로 구현이 안 되는 것들은 코딩에 문외한 기획자일지라도 챗GPT에게 코드를 물어가며 제작했고, 몰입감을 위해 온라인일지라도 설명적이지 않게 세계관을 제시해야 했고, 경험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페이지 구현에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그러면서도 내가 제일 경계했던 것은 '팝업 전성시대'에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경험하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주입시키면서 와닿지 않는 경험의 서로 소모적인 팝업으로 기억되는 것이었다. 페이지들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이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는 것이 핵심 목표였는데, 그렇기 때문에 내부 베타 테스트, 학생 베타 테스트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신중하게 오픈했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