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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진 May 20. 2022

담박한 이야기의 힘

『서머싯 몸 단편선 1,2』, 서머싯 몸

작년 이맘때쯤, 서머싯 몸 장편소설 읽기 모임을 했다. 발제를 준비하면서 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 외에 서머싯 몸이 쓴 에세이와 다른 소설들도 읽었다. 당연히 단편소설도 읽으려 찾아봤는데, 장편에 비해 인기가 없었는지 아주 오래전에 출간된 번역본만 있었다. 그중 범○○에서 나온 단편집을 골라 전자책으로 구매해 읽었다. 하지만 번역 상태가 영 엉망이라 채 한 편을 읽지 못하고 그만뒀다.

그러다 만난 반가운 소식. 이번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로 서머싯 몸 단편선이 무려 두 권이나 나왔다. 원어로는 네 권으로 이뤄진 그의 단편 선집 (『 Collected Short Stories 』) 중 한 권을 두 권으로 나누어 번역한 것이다. (못 읽은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다니, 대체 서머싯 몸은 어떻게 그리도 수많은 이야기를 써낸 걸까?) 안 그래도 읽고 싶던 차에 잘 됐다 싶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구했는데 번역도 만족스러웠다. 역시 서머싯 몸의 문장답게 술술 읽혔다.

민음사 단편집에 실린 소설들은 그의 장편소설과 비슷하게 영국의 식민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나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일대를 여행하는 등장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평범하게 전개되다가도 뒤통수를 치는 반전도 서머싯 몸 단편의 특징이다.  그가 『서밍 업』에서 여러 차례 밝혔듯 이야기의 전개 방식이나 스타일에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오롯이 이야기의 힘에 기대어 문장을 담박하게 끌고 나간다. 그래서 다소 클래식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머릿속에 잘 그려지고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도 쉽게 들어온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다소 밋밋하고 무언가 찌르는 맛은 떨어진다.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을 수는 있지만 읽은 후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 맛은 적다고 해야 할까. 둘 다 되면 얼마나 좋으랴. 서머싯 몸의 큰 장점이면서 동시에 한계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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