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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May 23. 2023

중국은 왜 라이브커머스가 흥할까

얼마 전 수원의 장안대학교 온라인쇼핑학과 학생분들을 대상으로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에 대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온라인쇼핑학과라는 특성상 이커머스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판단해서 이커머스 전반적인 내용 외에도 다소 깊이가 있는, 한국에서 라이브커머스가 어려운 이유라든지 홈쇼핑과 라이브커머스의 차이점 같은 내용들을 다루었습니다. 


혹시 흥미가 없을까, 내용이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고맙게도 학생들은 물론 교수님들까지도 매우 흥미롭게 들어주셨습니다.


강연이 끝나자마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질문을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라이브커머스가 그렇게 잘 된다는데 왜 그런 걸까요?"


질문을 듣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안 되는 이유를 찾지 말고 잘되는 중국에서 그 이유를 찾아 참고해 보면 어떨까. 그러면 좀 더 한국에서 라이브커머스는 물론 홈쇼핑도 다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먼저 중국은 한국과 달리 홈쇼핑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실시간 방송을 보고 상품을 주문해서 받아보는 구조가 익숙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미 홈쇼핑이 30년 가까이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방송을 보고 상품을 주문해서 집에서 받아보는 것이 익숙한 한국과는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홈쇼핑과 유사할 수밖에 없는 라이브커머스가 한국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 못하지만 한국에서 홈쇼핑이 처음 등장했을 때 어마무시한 성공을 거뒀던 것처럼 중국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신선함'의 정도가 두 나라에서 매우 다르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는 모바일 홈쇼핑 정도로 치부되는 라이브커머스가 중국에서는 신개념 쇼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한국과는 비교가 안되게 많은 인구가 시청자수와 구매자수에서 큰 차이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방송 주인공의 차이입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상품이 방송의 핵심입니다. 어떤 상품을 어떤 혜택으로 판매하는지가 방송의 성공을 좌우합니다. 상품 중심이다 보니 시청자들도 방송을 시청하지 않고 필요한 상품만 구매하고 나가버립니다. 쇼호스트들도 상품 설명을 하고 나면 크게 할 말이 없어지고 방송이 지루해집니다.  60분 방송 기준 3분도 채 안 되는 시청자 체류 시간이 그 참담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브랜드사에서도 결국 방송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어차피 좋은 상품과 좋은 혜택은 소비자들이 알아볼 텐데 방송을 굳이 해야 할까? 차라리 방송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배너나 팝업 등 마케팅을 해서 고객들을 그냥 유입시켜서 구매하게 해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라이브커머스를 도외시하게 됩니다. 

중국은 철저히 출연자 중심입니다. 왕훙이라고 하는 인플루언서들은 어마어마한 팬덤을 가지고 있고 베일에 싸인 연예인들보다 팬들에게 가까운 존재입니다. 팬들은 이들의 방송을 보고 싶어 하고 좋은 상품을 좋은 혜택으로 소개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방송을 보다가 구매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한국의 시청자들이 철저히 목적구매형 시청자라면 중국의 시청자들은 콘텐츠 소비형에서 자연스럽게 구매형 시청자로 넘어가게 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보면 출연자가 시청자들과 팬미팅을 하듯 정말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방송을 합니다. 물론 이런 왕훙들은 출연료와 더불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가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크지만 그만큼 성공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업계 종사자로서 한국에서도 라이브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홈쇼핑이 조금은 예전 명성을 회복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서도 100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라이브커머스 인플루언서가 등장해 이커머스의 판도를 흔들어 줄 그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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