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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May 31. 2023

AI가 홈쇼핑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모 컨설팅 회사가 홈쇼핑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있다며 자문을 요청했습니다.


홈쇼핑에서도 AI나 자동화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특히 방송 쪽 사례에 큰 관심이 있다면서도 홈쇼핑에서는 아직 시기상조겠죠? 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홈쇼핑 내에서 자동화되고 있는 부분과 인공지능이 담당하게 될 업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방송 자막의 자동화입니다. 홈쇼핑 방송 역시 소리를 듣는 것이 어려운 분들을 위해 방송 자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홈쇼핑 방송은 쇼호스트의 멘트가 한 시간 내내 거의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에 그 자막의 양이 매우 방대합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꽤나 최근까지 이 작업을 속기사분들이 담당했습니다. 멘트를 듣고 바로 타이핑을 해서 자막을 내보내는 형태로 언뜻 쉬워 보이나 빠르게 타이핑해야 하고 오타가 없어야 하며 홈쇼핑 용어 및 상품 정보에 대한 숙지가 필수이기에 업무 강도가 꽤 높은 일이었습니다. 꾸준히 이 업무에 대한 자동화 이슈가 제기되었고 일부 홈쇼핑에서 자동화 테스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관건은 정확도였고 실제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지금은 90% 이상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 업무는 이제 AI에게 빼앗겼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다음은 아직 테스트의 영역에 있지만 방송 편성 업무의 자동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좋은 상품과 좋은 방송만큼 중요한 것이 전략적인 편성입니다. 경쟁사를 고려하고 시즌을 감안하며 히스토리를 반영하고 이슈에 대응하는 편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실제 아무런 변화가 없는 상품의 방송이 편성 시간대만 옮겨서 대박이 나는 사례가 심심찮게 있습니다. 또한 홈쇼핑에서 생각하는, 매출이 잘 나오고 시청자가 많은 S급 시간대는 한정되어 있기에 이 시간을 소중하게 쓰기 위해서라도 방송의 편성은 매우 신중하게 전략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이전의 매출 히스토리와 편성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MD의 의견, 그리고 현재 이슈 등을 고려해서 방송 편성팀에서 한 시간 한 시간 수작업으로 편성을 진행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주관이 들어가기도 하고 하던 대로 하기도 하고 MD의 강력한 혹은 절박한 이야기에 마지못해 편성이 되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최근 이런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한 편성이 테스트 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관을 배제한 편성을 AI가 하는 것입니다. 80% 정도 AI가 편성을 완료하면 편성팀이 그 편성을 검토하고 나머지 편성까지 완성해서 실제 매출을 과거와 비교해 보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I 편성의 성과가 좋다고 판단이 되면 홈쇼핑에서 큰 영역을 차지하는 방송 편성이라는 중요한 업무가 AI에게 넘어가는 위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방송 자막 생성과는 레벨이 다른 편성 업무의 자동화는 홈쇼핑 업계에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밖에도 PD와 쇼호스트의 방송 배정, 방송용 자막 제작, 방송 심의 등 홈쇼핑의 꽤나 다양한 분야에서 자동화 또는 AI의 도움을 받기 위해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AI가 일을 한다 그러면 왠지 또 사람의 일자리를 뺏기는 것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올 법한데 현장에서는 귀찮은 일들이 자동화되고 있다며 매우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홈쇼핑의 메인이 사람을 설득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인 만큼 이성적인 설득과 감성적인 소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지갑을 열게 하는 일을 당장 AI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AI의 도움으로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생긴 홈쇼핑에서 더욱 양질의 방송과 상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도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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