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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May 08. 2019

전격 공개! 홈쇼핑 대박상품!

홈쇼핑 PD로 일하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홈쇼핑은 방송 상품에 있어서 만큼은 가혹하리만큼 냉정하다.

한 상품이 생방송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수없이 많은 검증과 테스트를 거쳐야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거쳐 생방송을 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방송 실적에 따라 끊임없이 밀어주고 편성이 되는 아이템이 있는가 하면 단 한 번의 방송 후 영영 사라지는 상품들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홈쇼핑 PD로서 내가 경험한 대박상품을, 다음 글에서는 기억하기  싫은 쪽박 상품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최후의 승부수가 통한 샤기 카페트


홈쇼핑도 나름 20여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정설이라는 것이 있다.

홈쇼핑에서 카페트는 늘 판매가 부진한 비선호 카테고리였고 나 역시 몇몇 카페트 브랜드가 방송 몇 번 후 조용히 사라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런 상황에서 홈쇼핑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카페트 회사가 여러 곳에서 판매의 어려움을 겪다가 최후의 판매처로 홈쇼핑을 선택하여 방송을 해보겠다고 나섰다.

걱정되는 마음에 카페트 회사 대표님에게 늘 카페트는 매출이 좋지 않았다, 이번에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몇 번을 말씀드렸고 회사 대표님은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 잡았다. 가격 대비 품질이 매우 뛰어났지만 소위 말하는 '엣지'가 없었던 카페트를 홈쇼핑스럽게 바꾸는 작업이 두 달 넘게 진행되었다.

론칭 방송이 다가올 때쯤 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카페트 회사 쪽에서 추가 구성으로 야심 차게 준비한 고급 방석 세트가 말 그대로 너무 고급으로 생산이 되는 바람에 가장 작은 사이즈 카페트에도 제공할 경우 마진 측면에서 마이너스가 나버린 것이다. 나는 전 사이즈에 추가 구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회사 대표는 가작 작은 사이즈에는 추가 구성을 빼서 마진율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얼마간의 팽팽한 의견 대립이 있었고 방송에서 가장 작은 사이즈는 자주 보여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카페트 전 사이즈에 고급 방석을 제공하는 것으로 협의가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론칭 방송. 방송 20분 만에 사이즈별로 매진이 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작은 사이즈 카페트 몇 개를 제외하고 모두 판매가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카페트는 몇 번의 방송만으로 홈쇼핑 20년 역사에 존재하던 카페트 판매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일명 '괴물 카페트'로 불리게 되었다. 그 시즌 내내 이 카페트는 좋은 품질과 말도 안 되는 고급 방석으로 고객들의 많은 선택을 받았고 한동안 깨지지 않을 전설적인 매출 기록을 남겼다. 카페트 회사 역시 이 방송으로 일어섰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카페트의 대성공으로 여기저기서 샤기카페트+방석 조합의 많은 아이템이 나타난 것도 재미있었던 부분이다.


홈쇼핑의 대박 공식에 충실했던 식기세트


솔직히 말하면 홈쇼핑은 장사가 잘 된다. 10년을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직원인 나조차도 홈쇼핑이 왜 이렇게 잘되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홈쇼핑에서 성공하는 두 가지 공식이 있는데 하나는 아이디어 상품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이다.

두 번째 공식이 듣기에는 쉬워 보이지만 업체의 입장에서 거래하는 여러 판매 채널이 있는데 한 곳에만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생방송 한 시간에 일반 오프라인 매장 1년 치를 팔아치운다면?

공동구매효과라는 것도 엄연히 존재하는데 그 정도 혜택은 시장의 논리에서 본다면 당연한 것이다.

홈쇼핑을 하고자 하는 미국 유명 식기 브랜드가 있었다. 백화점에서 고가로 팔리며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 식기 브랜드는 처음에 홈쇼핑에서도 일반 매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판매를 하고 싶어 했다. 별다른 차이 없는 가격에 구성만 달리 한 방송은 예견했듯 부진을 거듭했고 나는 시청자들이 홈쇼핑을 이용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몇 번이고 설명을 하면서 설득을 했다. 계속된 부진에 위기감을 느낀 업체는 백화점 동일 모델을 조금 저렴하게 내놓았고 그 구성과 가격으로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빠르게 판매되었다. 결국 개당 마진은 적었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판매량으로 업체가 원하는 마진은 충분히 달성했다. 그 후로도 백화점 모델 특가 판매 컨셉으로 이 식기세트는 꾸준히 잘 팔렸고 팔다팔다 홈쇼핑 고객들 집에 다 이 식기세트 하나씩은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매출에 놀란 미국 본사가 한국을 방문해서 판매 방식을 배워가기도 했다.

많은 구매자가 몰리는 만큼 충분한 혜택을 돌려주는 것. 실패할 수 없는 홈쇼핑의 대박 공식이다.


집안일은 건조기 전과 후로 나뉜다.


대형 가전은 PD 입장에서 조금은 부담스럽다.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상품을 직접 보지도 않고 구매하도록 시청자들은 설득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날 모 브랜드의 건조기 론칭을 맡게 되었는데 이미 건조대라는  확고한 대체재가 있는 상황에서 고가의 건조기가 잘 팔릴까 하는 회사 전체의 우려가 있었다.

미세먼지로 인한 건조의 어려움, 빨래가 마르지 않아 힘들었던 점 등 살만한 이유를 총동원했으나 첫 방송은 신통치 않았고 역시나 우리의 예상이 맞았나 생각할 때쯤, 먼저 산 고객들의 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빨래를 널지 않아서 손목 통증이 없어졌다는 후기부터 먼지필터에 걸러진 먼지를 보고 너무 놀랐다는 후기, 한 달 써봤는데 전기 요금이 천원도 안 나왔다는 후기 등등 자체적으로 만들어진 입소문으로 인해 건조기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후 방송을 하는 족족 대박이 났고 호스트가 아무 말 없이 춤만 춰도 판매가 되겠다 싶었을 정도로 방송만 하면 기다리던 고객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다소 이르다 싶었던 상품이 대박을 친 케이스로 널리 전파되고 있다.


5분 방송의 신화 셀프 네일


나는 네일숍에서 관리를 받아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게 소비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안하면 아쉽고 허전한 네일을 집에서 간편하고 저렴하게 할 수 있다면?

이 시장을 파고든 셀프 네일 상품이 정말 보고도 믿기 어려울 만큼 대박을 쳤다. 하지만 시작 단계에서 의문부호는 매우 많았다. 집에서 간단히 붙이기만 하면 끝이라는 모토로 세상에 나온 셀프 네일 아이템은 과연 잘 붙을까라는 의문부터 내 손톱 모양에 맞을까, 디자인이 괜찮을까 등등 많은 우려의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방송도 하기 전에 이미 대박의 조짐을 보여줬다. 홈쇼핑은 생방송 전 미리 주문이라는 형태로 먼저 사고 싶은 고객들의 주문을 받는데 이 미리 주문만으로도 생방송 한 시간치 준비물량이 거의 다 나가버린 것이다.

생방송 때 준비하는 물량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정도의 수량을 훨씬 넘어감에도 불구하고 이미 너무많은 사람들이 미리 주문을 해버린 것이다. 그래서 방송 시작 후 호스트가 시작 인사와 동시에 매진 예상을 말하는 코미디가 연출돼버렸고 단 5분 만에 전체 매진으로 방송이 종료돼버렸다(당시 내가 그 뒷방송을 여유롭게 준비하다가 혼비백산하며 모든 스탭과 호스트를 스탠바이 시킨 기억이 난다)

물론 판매 후 우리가 우려했던 상황이 종종 발생했지만(떨어짐 현상 등) 지속적으로 보완이 된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여전히 셀프 네일 아이템은 홈쇼핑 부동의 대박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홈쇼핑 업계에서 10년을 있어봤지만 대박 상품에 대한 감(?)은 아직 반반 정도이다. 대박을 확신했던 상품이 맥도 못 추고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고 마음을 비우고 준비한 상품이 말도 안 되게 대박을 친 경우도 있었다.  하나 확실한 것은 품질이 좋지 않으면 결코 대박을 칠 수 없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정말 똑똑해서 한 번은 혹해서 사지만 두 번은 절대 사지 않는다. 이것이 홈쇼핑에 들어오려는 많은 업체분들에게 품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이유이다. 좋은 품질과 좋은 가격으로 많은 고객들이 좋은 상품을 만나는 것이 홈쇼핑의 진정한 대박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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