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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un 07. 2019

다르다고! 방송국 PD와 홈쇼핑 PD

이번 글은 만약 홈쇼핑 PD를 직업으로 생각하고 준비하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현직 홈쇼핑 PD들 모두가 처음부터 홈쇼핑 PD를 꿈꿨던 것은 아닐 것이다. 공중파 PD의 꿈을 키우며 취업 활동을 하던 중 홈쇼핑 PD의 길로 들어선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PD라는 직업에 관심도 없다가 우연한 기회에 취업이 되어 홈쇼핑 PD로서의 삶을 시작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는 홈쇼핑 PD로 입사하기 전 홈쇼핑에 대해서 아예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끔 엄마가 TV를 보다가 전화로 주문하는 모습을 봤고 가끔은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상담원과 통화하며 반품하는 모습이 내가 겪었던 홈쇼핑의 전부였다.

PD를 꿈꾸던 나는 많은 이가 그렇듯 대학 졸업 학기에 PD로 활동할 수 있는 채용 공고가 나오면 닥치는 대로 지원을 했었고 지금 다니고 있는 홈쇼핑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홈쇼핑에 대해서는 무지했었고 면접 전 잠깐 방송을 본 것이 다였던 나에게 면접 첫 질문은 나를 멘붕에 빠뜨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PD와 홈쇼핑 PD의 차이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반적인 PD를 역할에 대해서 물어봐도 잘 대답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는데 하물며 평생 생각해보지 않았던 홈쇼핑 PD의 특성을 짚어내라니!

오래되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쩔쩔매며 짧은 지식을 총동원해 특색 없는 대답을 했던 기억이 난다.

홈쇼핑 PD로 면접을 보게 되면 50% 이상의 확률로 이 질문이 나온다. 나름 이제 홈쇼핑에 몸 담은 지 좀 되었다고 이 질문을 지금 다시 받는다면 100점 만점의 답변을 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일반적인 PD와 홈쇼핑 PD의 차이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편의를 위해 방송국 PD와 홈쇼핑 PD로 지칭.


시청률을 잡을 것인가 매출을 잡을 것인가.


방송국 PD와 홈쇼핑 PD는 방송에 대한 고민부터 다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방송의 성공 기준은 당연히 시청률이다. 최근에는 TV 외에도 방송을 보는 방법이 다양해져서 예전에 비해 볼륨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시청률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 시청률에 비례해서 광고 수와 단가도 정해지니 그 이상 중요한 것은 없다.

그래서 방송국 PD들은 어떻게 하면 많은 시청자들이 방송을 볼지, 또 본다면 얼마나 오래 집중해서 보게 할지를 고민한다. 그래서 방송국 PD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소재를 기획하는 능력, 검증된 출연진을 섭외하고 활용하는 능력, 극적인 연출을 구성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방송국 PD들에게 시청률이 중요하다면 홈쇼핑 PD에게는 매출이 전부이다. 홈쇼핑 방송은 시청률이 1%가 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달성 목표 중에 시청률은 없으며 그것이 방송의 평가 척도가 되지 않는다(간혹 방송 후 매출 분석 시 시청 가구 데이터를 보기는 한다)

즉 시청률이 50%가 나와도 매출이 안 나오면 그 방송은 실패한 방송이다. 그래서 홈쇼핑 PD는 앞서 말한 시청자들이 많이 보게 하는 것, 오래 집중해서 보게 하는 것에 더하여 실제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을 더 고민하게 된다(물론 방송 PD들의 일이 더 쉽다는 뜻은 아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PD의 역량에서 소재와 출연진에 관한 역량을 조금 빼고 상품에 대한 이해력과 판매에 적합한 방송 연출 역량을 더하면 된다. 방송국 PD가 '100% 연출가'라면 홈쇼핑 PD는 50% 연출가와 50%의 세일즈맨이 섞여있다고 보면 정확할 것이다.

뭔가 구매할 생각 없이 그저 여가 활동으로 TV 시청을 하는 사람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홈쇼핑 PD들은 보통 시청자들이 집에서 편하게 누워서 TV를 보고 있다가 갑자기 마트나 백화점으로 끌려 나오면 어떤 심정일까를 연구하며 어떻게 구매 결정을 하도록 만들까 고민한다.


녹화 장인과 순발력 달인


물론 방송국에도 음악방송이나 스포츠 방송 등 생방송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방송은 야외 혹은 스튜디오 촬영 후 편집해서 내보내는 방식이다.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PD가 지휘(?)해야 할 출연진과 스탭도 많고 촬영 시간도 길다. 그래서 촬영본도 방대하고 후반 작업에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래서 방송국에서는 고되게 일하는 PD들이 많다.

또한 현장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변수를 만나거나 촬영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어 현장 조율이나 후반 작업이 중요하기도 하다. 그래서 방송국 PD들은 큰 그림을 생각하고 앞뒤 장면의 흐름, 필요한 상황을 이끌어내는 장인들이다.

반면 홈쇼핑은 대부분 생방송이다. 방송국과는 비교가 안되게 스튜디오도 작고 스탭이나 출연진도 단출하다. 하지만 규모가 작아 운영이 쉽겠네 생각하면 오산이다. 짧게는 40분 길게는 3시간까지 하나의 생방송이 진행되는데 실시간 방송이다 보니 PD는 단 1초라도 흐름이 끊기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방송 중 쇼핑호스트 멘트의 실수라던가 시연 실수, 카메라 구도 실수, 컷팅의 실수 모두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되며 누구의 실수인지 불문하고 모든 책임은 PD가 진다.

그래서 홈쇼핑 PD들은 방송 들어가기 전 완벽에 가깝도록 동선을 짜고 호스트 멘트를 체크하고 리허설을 하며 변수 발생 가능성을 줄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스트의 예상치 못한 이동 혹은 약속한 곳에 놓여있지 않은 아이템, 준비한 영상의 오류 등 늘 변수가 발생한다.

그러면 PD는 1~2초 안에 상황 판단을 하고 다른 대안을 생각해서 스태프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래서 홈쇼핑 PD에게 순발력은 정말 필수 덕목이고 베테랑 홈쇼핑 PD는 어지간한 방송사고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처하는 수준까지 오른다.


주인공과 숨은 영웅


일반적으로 방송이 인기를 끌면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역시 출연진이다.  그리고 그다음이 PD라고 할 수 있다. 심심찮게 PD의 연출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기도 하고 특정 PD의 팬덤이 생겨서 스타 PD가 탄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방송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 방송국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직원이 아닌 출연진을 제외하고) PD이다.

반면 홈쇼핑 방송이 대박 난다면 어떨까? 가장 먼저  상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모두가 대체 어떤 상품이기에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해한다.

그다음은 최전선에서 고객들에게 상품을 판매한 쇼핑호스트이다. 어떤 멘트와 행동으로 고객들의 구미를 당기게 했는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히트 상품을 만든 협력사와 그 상품을 소싱한 MD가 그다음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간다.

PD는 그다음이나 그 다다음 정도 될 것이다. 시청자들도 상품과 호스트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방송국 PD와 달리 홈쇼핑 PD들은 스타 PD는커녕 이름이 알려진 PD를  찾기도 힘들다.

그래서 일을 할 때 본인이 빛나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홈쇼핑 PD와 맞지 않다. 묵묵히 카메라 뒤에서 상품과 호스트를 빛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홈쇼핑 PD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본일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냐 물어본다면 빛이 나지는 않지만 존재감은 큰 역할이 홈쇼핑 PD라고 말하고 싶다. 스튜디오 세팅과 호스트의 동선, 아이템 연출은 모두 PD의 작품이다.

그리고 그렇게 묵묵히 좋은 방송을 만들다 보면 협력사가 가장 고마워하는 존재가 바로 홈쇼핑 PD이다.

이렇기 때문에 우리는 자긍심을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다.


가끔 우리는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가 있다.

PD라고는 하지만 방송 연출보다는 세일즈에 더 가까운 직업이고 판매의 최전선에서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좋은 방송= 매출이 잘 나온 방송'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홈쇼핑 PD들은 그런 환경 속에서 조차 개개인만의 연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우리는 방송국 PD와 세일즈맨의 역량을 모두 갖춘 인재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세간에서 바라보는 방송국 PD와 홈쇼핑 PD의 위상이야 말도 안 되게 차이가 나겠지만 여전히 홈쇼핑 PD를 꿈꾸는 사람도 많고 홈쇼핑 PD를 필요로 하는 회사들도 많다. 어딘가에서 내 직업을 말하면 여전히 '방송국 PD와 비슷한 거예요? 무슨 차이예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럼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우리는 연출과 세일즈 모두 가능한 능력자!
지크 소속홈쇼핑 직업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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