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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un 27. 2019

떠나련다! 홈쇼핑 PD의 이직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직을 생각하게 된다

이직을 하고 회사에 적응하는 데까지 받는 스트레스가 이혼의 스트레스와 맞먹는다는 연구결과(?)도 있지만 홈쇼핑 업계에서도 이직은 흔한 일이며 몇 년 전 홈쇼핑 채널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더욱 활발해졌다. 

하지만 홈쇼핑 PD는 상품을 다루며 생방송을 하는 직업 특성상 경험과 노하우를 온전히 살리면서 이직할 수 있는 분야가 조금은 제한적이다. 

이번 글에서는 홈쇼핑 PD들이 새로운 시작을 위해 생업 현장을 어디로 어떻게 옮기는지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적응만 하면 끝! 다른 홈쇼핑 회사!


홈쇼핑 PD들의 이직 사례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나 타 홈쇼핑 회사로의 이직이다. 

본인 업무 노하우를 대부분 살릴 수 있고 익숙한 업무를 그대로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가장 보편적인 이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주변의 이직한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조직과 시스템에만 적응을 잘하면 예전 본인의 퍼포먼스를 내는데 문제없고 조금은 단조로웠던 본인의 커리어에 활력이 되었다고 했다.

타 홈쇼핑 회사로의 이직은 본인이 취업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서 연락을 기다리거나 타 홈쇼핑 회사의 신입, 경력직 채용공고에 직접 지원하는 방법이 보편적이다. 

일부 사례로 평판이 좋은 PD들은 본인이 이직 생각이 없거나 직접적으로 이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더라도 타 홈쇼핑 회사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기도 하고(먼저 이직한 동료들의 추천으로 인한 채용이 많다) 헤드헌터 업체를 통해 제의를 받기도 한다.  

흥미로운 이직 사례 중 하나는 홈쇼핑 회사 여러 곳에서 방송하는 협력사 직원들의 입소문을 통하는 것이다. 

방송 준비 회의 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러 홈쇼핑 소식에 정통한 협력사 직원들이 가끔 '00 홈쇼핑 00 PD가 참 방송도 잘하고 성실하던데'라고 정보를 줄 때가 있다.

그러면 그 PD는 회사의 잠재적 스카웃 리스트에 오르게 되어 언젠가 제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방송 파트너가 직장 동료로? 


종종 있는 사례 중 하나가 협력업체로의 이직이다. 

보통 홈쇼핑 PD는 담당하는 아이템이 정해져 있다. 스케줄이나 회사 방침에 따라 바뀌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특정 아이템의 방송을 자주 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방송 연출, 실적 등에 따라 PD와 협력업체의 관계는 아주 돈독해질 수도 있고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될 수도 있다(많지 않은 사례이지만 협력업체에서 본인들 방송에 특정 PD의 배정 혹은 배정 제외를 간접적으로 요청하기도 한다) 

그런데 자주 방송하는 PD가 소통이 잘되고 방송 연출이나 실적이 꾸준히 좋으며 상품에 대한 이해능력이나 컨셉 도출이 훌륭하다면? 

협력사 측에서 오랫동안 지켜보고 PD에게 본인 회사로의 이직을 권하는 경우가 있다. 그 자리는 회사 내 영상 제작, 상품 소싱, 컨설팅 등 다양하며 대부분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나에겐 연출의 혼이 아직 남아있다!


홈쇼핑 PD들 중 과거 영화감독을 꿈꿨거나 연출에 대한 욕심이 있는 PD들이 있다(사실 내가 그렇다) 

홈쇼핑 방송 역시 연출이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우선순위는 아니다 보니 이런 PD들에게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늘 있다. 

이런 홈쇼핑 PD들이 프로덕션 쪽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홈쇼핑 방송은 생방송이지만 중간중간 미리 준비한 영상을 틀며 생방송 중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힘든 부분을 채우거나 스튜디오의 재정비 시간을 벌어준다. 상품의 특징을 잘 표현하는 영상부터 시청자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흥미로운 영상까지 다양한데 이런 영상을 홈쇼핑 내부에서 제작하기도 하지만 프로덕션과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 

방송 영상 준비과정에서 프로덕션과 회의도 하고 촬영 현장도 가다 보면 마음속에 숨어 있던 PD로서 연출에 대한 욕심이 마구 생기게 된다. 

그렇게 관계가 생긴 프로덕션을 통해 홈쇼핑 영상 전문 프로덕션으로 이직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이직한 PD는 홈쇼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서 영상도 홈쇼핑 맞춤형으로 제작을 잘하는 편이다. 

극단적 사례로 연출에 대한 욕심을 주체 못 하고 영화 제작 프로덕션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 나는 사장님!


홈쇼핑 PD로 계속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홈쇼핑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상품 보는 눈도 생기며 분석력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홈쇼핑 고객들에게 잘 팔릴 것 같은 상품도 보이고 잘 먹힐 것 같은 영상도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런 PD들 중 용기 있고 추진력 있는 PD들이 회사를 박차고 나가 아예 사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 

홈쇼핑 업계에 있으면서 생긴 본인만의 노하우와 인맥, 인프라 등을 활용해서 밴더 회사를 차려 아이템을 발굴해서 홈쇼핑에 협력사로 들어오거나 프로덕션을 만들어 홈쇼핑에 양질의 영상을 공급하는 것이다. 

어느 사업이 그렇듯 성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본인이 가장 잘 아는 영역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큰 메리트이다. 이런 이직 사례 덕분에 방송 준비 회의를 들어가서 예전 동료 PD를 협력사로 다시 만나는 다소 민망한 상황도 연출된다. 그러면 안되지만 사람 일이라 예전에 관계가 좋았던 동료의 방송은 아무래도 조금 더 신경을 쓰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 타 홈쇼핑에서 이직 제의가 와서 진지하게 이직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이왕 새로운 도전을 하려면 홈쇼핑 PD는 하지 말자는 생각에 정중히 거절을 했다. 

지금 솔직히 돌이켜보면 핑계만 좋았지 이직할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 같다. 

10년 정도 홈쇼핑 회사에 있으면서 많은 동료들이 다양한 경로로 이직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는 동료들도 있고 그곳에서도 정착을 못해 또 여기저기 이직을 하는 동료들도 있다. 

결과야 어떻든 그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데 있어 얼마나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했을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동료들의 퇴직 전 송별회 자리를 돌이켜보면 주변 사람들은 모두 좋겠다며 부러워하는데 당사자가 정말 기뻐하거나 기대된다는 말을 들어본 기억은 없다. 남은 자들에 대한 예의였을 수도 있지만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하는 그 부담감이 오죽했을까. 

오늘은 왠지 떠나간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그런 날이다.

지크 소속홈쇼핑 직업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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