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듯하게 말하면 커머스, 본질 그대로 이야기하면 상품을 판매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 보니 실생활에서도 인사이트를 발굴하려고 꽤 노력하는 편입니다.
제가 사는 곳 바로 앞에 금x왕돈까스라는 식당이 있습니다.
요즘 물가 치고 저렴한 가격에 따뜻한 수프와 모닝빵이 무료로 제공되다 보니 한 달에 서너 번은 가서 먹곤 합니다.
식사 시간에 한해서이겠지만 꽤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고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변 식당들이 몇 번씩 바뀌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영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오픈 초기부터 방문해서 운영하는 방식을 유심히 관찰한 저에게 유독 눈에 띄는 점이 있었습니다.
"기본에 충실한다"
조금 무례하고 조심스러운 이야기이지만 프랜차이즈 돈까스집에 특별한 기술이나 비법은 필요 없을지 모릅니다. 본사가 알려주는 방식대로 튀겨내고 제공하면 되겠지요.
문제는 최근 백종원 대표님 등 외식 브랜드 전문가들의 말이나 콘텐츠에서도 자주 접하는 이야기이지만 이 방식을 그대로 지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돈까스집에서 주문을 하면 홀과 오픈 주방 사이 연결 통로에 접시가 하나씩 깔립니다. 그리고 약 5분 뒤 신선한 샐러드와 피클이 깔리고 또 약 5분 뒤 밥을 얹을 때쯤 돈까스가 나와서 같이 자리를 합니다. 가장 따뜻한 그 순간 바로 소스를 뿌려 고객에게 서빙이 되는 방식입니다.
우연히 이 프로세스를 이해한 저는 갈 때마다 혹시 순서가 바뀌는지 생략되는지 등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째 사장님도 직원도 마치 명령어가 입력된 로봇처럼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배달과 포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문을 받으면 테트리스 하듯 포장 용기가 착착 깔리고 순서에 따라 반찬이며 밥이며 돈까스가 담깁니다. 이 순서는 물론이고 봉지를 묶는 방법도 몇 년째 변함이 없습니다.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수프도 신기합니다. 분명 보이지 않는 보온통에 담겨 있음에도 단 한 번도 수프가 떨어지거나 미지근한 법이 없습니다. 이것 또한 흥미가 생겨 지켜보니 특정 시간 텀을 두고 끊임없이 수프를 보충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손님이 적어 수프가 꽤 남아있어도 그 절차만큼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위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원은 몇 번 바뀌어도 손님이 떠나간 식탁을 클리너로 한번 마른 수건으로 한번 닦는 것은 변화가 없었습니다. 브레이크 타임에 한번 마감 후 한번 의자를 식탁 위에 모두 올리고 전체 청소를 하는 것도 변함이 없습니다.
글로 옮기면 너무나 쉬운 일처럼 보입니다. 본사에서 교육한 대로 충실하게 수행만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 매번 똑같은 프로세스를 지루함 없이 염증 느끼지 않고 할 수 있다는 것이 앞서 말했듯 쉬운 일은 아닙니다.
좀 더 효율적인 방식을 찾겠다고 일부 프로세스를 마음대로 생략하거나 바꾸기도 하고 본인 식당만의 원칙을 만들기도 합니다.
효율적으로 하겠다고 샐러드와 밥을 미리 퍼두고 10분 뒤 돈까스를 얹어서 서빙이 되면 밥은 식을 수밖에 없습니다.
바쁘다고 수프가 떨어지면 그제야 채우는 방식을 하다 보면 수프를 기다리는 고객들은 불만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한번 닦으나 두 번 닦으나 그게 그거다라고 생각하다 보면 더러운 식탁에 실망하는 고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 프랜차이즈 식당은 특별함이나 눈에 띄는 독특함은 없지만 이 기본을 묵묵하게 지키며 오랫동안 생존해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선불 시스템인 이 식당에 얼마 전 방문해서 주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테이블 몇 번이세요?"
"아 주문하고 자리 잡으려고 했어요"
"테이블부터 잡아주시겠어요? 서빙에 오류가 없어야 해서요"
이것 역시 처음부터 잡아둔 본사의 시스템일 것입니다.
바쁠 때 계산부터 하고 충분히 어디 앉아 있는지 인지할 수도 있겠지만 원칙을 지켜 하나의 오류라도 방지하려는 그 모습에 이 돈까스집은 꽤 오래갈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아직은 좀 더 이 돈까스를 먹고 싶기에 이 기본을 지키는 식당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