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쿠바 음식에 빠져서 한 쿠바 레스토랑을 자주 갔었습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작은 레스토랑이었기에 두 번째 방문 때 사장님은 이미 내가 재방문한 손님임을 알아차렸습니다. 그 후 식당을 찾아갈 때마다 사장님은 단골 할인이라면서 돈을 덜 받기도 하고 새로운 음식이며 와인이며 맛보라며 주저 없이 내놓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음식을 내놓고 그것을 먹는 관계가 아닌,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의 부탁도 들어주는 그런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그 주변을 가게 되면 일부러 그 레스토랑에서만 식사를 하고 주문도 넉넉히 하곤 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사장님이 직장을 다니게 되어 운영하지 않는 레스토랑입니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가장 고마운 손님은 역시나 단골손님입니다. 꾸준히 방문해서 고정적 매출을 담당해주면서도 상품과 서비스에 그다지 깐깐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스스로 입소문을 내서 홍보를 해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장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단골을 만들려고 하고 그들을 위해 갖은 혜택을 아끼지 않습니다.
경쟁이 극에 달한 유통업계, 그중에서도 홈쇼핑은 이 단골 유치가 치열합니다. 홈쇼핑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는데 홈쇼핑 회사는 십 수개이니 어떻게든 혜택을 더 주며 조금이라도 파이를 더 가져가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현재 홈쇼핑의 가장 큰 화두 두 개를 꼽으라면 모바일화와 더불어 충성고객 중심의 운영입니다.
소수의 고객에게만 부여되고 회사에서 특별 관리하는 VIP라는 호칭이 가지는 무게감은 상당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자주 매장을 방문하고 물건을 많이 사는 수고를 하더라도 VIP가 되고 싶어 합니다. 홈쇼핑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VIP의 이미지를 활용하여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바로 VIP의 기준을 한껏 낮춰 많은 사람들이 소속감을 가지게 하는 것입니다. 보통 홈쇼핑에서는 한 달에 3번 정도 상품을 구입하면 다음 달에 VIP 등급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VIP가 된 고객들은 소속감과 더불어 혜택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 번이라도 더 홈쇼핑에 들어와 상품들을 검색삽니다. 물론 대책 없이 VIP 등급을 뿌리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VIP들에 대한 혜택은 분명히 하여 고객들의 등급 상승 욕구와 유지 욕구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먼저 홈쇼핑에서는 VIP들만 접속 가능한 VIP몰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반 등급 고객들은 볼 수 없는 상품을 판매하거나 재고 상품 등을 매우 저렴하게 판매합니다. 생방송을 운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귀하게 확보한 상품이 VIP몰에 먼저 공개돼서 순식간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고 의류나 생활용품 등이 시중가 대비 절반 가격에 올라와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떡하니 쇼핑몰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접속 배너를 배치해서 일반 등급 고객들의 호기심도 자극합니다.
VIP 몰 뿐만 아니라 VIP 전용 가격이 운영되는 곳도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더라도 VIP 등급 고객들에게는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여 차별성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보통 일반 등급에 비해 10~15%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고 역시 일반 등급 고객들도 그 가격을 볼 수 있어 등급 상승의 욕구를 자극합니다.
식당에서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방문 때 맛있는 요리 하나를 서비스로 약속하다면? 처음 방문했던 사람도 한번 혹은 두 번만 더 방문하면 된다는 생각에 이왕이면 재방문할 확률이 높습니다. 홈쇼핑에서도 2회 혹은 3회 사은품이라는 명목으로 한 달에 2번 혹은 3번 상품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생필품부터 고가의 가전까지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매달 정기적으로 사는 것이 있는데 혹은 습관처럼 구매했는데 화장지부터 전기그릴까지 다달이 챙겨주니 고객들 입장에서도 환영할 일입니다. 재미있는 현상이 이 이벤트를 시작한 이후 매달 말일에 이 횟수를 채우려 구매하는 고객이 폭증했다는 것입니다. 지인들도 저에게 이번 달 한 번만 더 사면 사은품 받는데 뭘 사면 좋을지 물어보는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또 돈을 쓰면 쓸수록 그만큼 캐시백 해주는 혜택을 마련함으로써 고객들의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에서는 꾸준히 구매를 하면 횟수나 그 금액에 기반하여 계속 캐시백을 해주는 이벤트를 합니다. 여기까지는 어디서나 하는 적립 형태의 방식입니다. 하지만 홈쇼핑에서 이것을 처음 선보였던 당시만 해도 큰 이슈가 되었던 것이 그 구매가 끊기지 않고 계속되면 캐시백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1만 원으로 시작하여 계속 구매를 하면 10만 원까지 커지는 혜택에 많은 고객들이 상품 구매를 통해 참여를 했습니다. 저 역시 내부 직원임에도 스탬프 형식으로 마련된 이벤트 페이지를 보며 캐시백을 받기 위해 어떻게든 구매 횟수를 채우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회사에 필요한 품평회나 고객 인터뷰의 절대다수를 이 단골 고객들로 꾸리고 있습니다. 지금껏 쌓인 그들의 경험을 높이 사는 것도 있고 꾸준히 구매를 해준 고객들의 의견을 소중히 받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행사와 활동 참여 시 제공되는 적립금이나 증정품 등도 단골 고객들에게 아낌없이 풀겠다는 것입니다. 내부 직원의 시선에서는 30분 정도 되는 인터뷰 혹은 짧은 체험기 작성 후 제공되는 꽤 많은 적립금을 보면 단골 고객만을 위한 일종의 혜택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어디를 가도 비슷한 상품을 비슷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유통업계에서는 조금 혜택이 적거나 서비스에 아쉬움이 있어도 의리를 지켜주는 충성 고객들이 있다는 것이 큰 버팀목이 됩니다. 그들을 믿고 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수도 있고 실험적인 마케팅도 해볼 수 있기에 갈수록 그들의 존재는 소중해질 것이고 그들만을 위한 혜택도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