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이 시작되고 두달이 채 안되었을 무렵이었고 급작스러운 결심이었던터라 어떤 주제로 글을 쓸지에 대해 전혀 준비된 것이 없었다. 잠시의 고민 끝에 그래도 내가 잘 아는 홈쇼핑에 대해 글을 써보자고 마음 먹었고 평소 내가 가장 답답했고 억울했던 주제에 대해 서투른 글솜씨로 글 하나를 완성했다. 그 글이 바로 내 브런치 첫 글인 '업체 등쳐먹는 니들! 나빠!' 였다. 작가 신청 버튼을 용감히 누른 후 내 인생은 너무나도 크게 변했다.
나에게 죽기전에 이루고 싶은 것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늘 내가 쓴 책이 정식으로 출판 되는 것이라고 대답해왔다. 내가 브런치 작가로 활동한지 반년이 안되었던 즈음에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나의 글을 눈여겨 보고 있었고 내 이야기를 책으로 내보고 싶다고 했다. 별 일이 없으면 올해 안으로 나는 출판된 책이 있는 작가가 될 예정이다. 브런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이것은 여전히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내 직업과 내가 몸담은 업계의 이야기를 글로 쓰다보니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내 직무 이야기를 오디오로 만들어보자고 제안을 해왔다. 보잘것 없는 나의 직무 이야기가 컨텐츠로 만들어져 취준생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정보를 애타게 찾는 취준생들이 직무와 업계를 이해하는데 참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를 볼때마다 뿌듯하다. 그저 열심히 일하는 사람 중 하나로 남을 뻔한 내가 업계와 직무를 대표해서 취준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니. 브런치 작가 활동 전에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 다루지 않는 업계의 동향이나 분석글을 나름 꾸준히 브런치에 올리고 있으니 내가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람으로 인식이 되는 것 같다. 세상의 다양한 직무를 다루는 유튜브에서 출연 섭외가 왔다. 일개 한 회사의 직원일 뿐인데 내가 업계를 대표해서 내 직무 이야기와 업계의 정보를 방송을 통해 풀어내게 되었다. 그저 브런치에 열심히 글을 쓴게 다였던 내게는 그저 신기한 일이다.
글 쓰는 것이 습관이 되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도 있게 되었다. 사내에서 글쓰기 관련 강의를 하며 부끄럽지만 글을 잘 쓰는 법, 좋은 주제 선택하는 법, 브런치 작가로 합격하는 법 등을 직원들에게 나름대로 알려주는 기회를 가졌다. 직원들에게 나의 글쓰기 능력에 대해 신뢰를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브런치 작가라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가 탈락한 직원들이 많았고 그들에게 나는 정말 글을 잘쓰는(?) 강사였던 것이다. 브런치 덕에 그전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글쓰기에 대해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분수에 넘치는 독자들을 만났다. 처음 시작할때는 대체 누가 이런 글을 궁금해할까 의문이었고 쓰는 글마다 졸필임에도 불구하고 500명이 넘는 분들이 내 브런치를 구독해주고 있다. 운 좋게 몇몇 글들이 브런치 추천을 받아 노출이 되었고 글들을 엮은 브런치 북이 메인에 소개된 덕에 독자들이 내 글을 접한 횟수도 70만회에 근접했다. 누군가에게는 하찮은 숫자일 수 있지만 내가 브런치를 시작하고 기대했던 숫자의 몇배를 상회하기에 내게는 하나하나 소중하고 행복하다. 또 글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부터 홈쇼핑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까지 다양한 댓글을 남겨주는 고마운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보너스이다.
그저 '평범하게' 삶을 단지 '살아내고' 있었을 뿐인 내가 우연히 브런치 작가를 신청함으로써 내 인생은 극적으로 바뀌었다. 삶이 풍족해지거나 대단해진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따분했던 일상이 훨씬 다채로워진것은 분명하다. 아직도 브런치 작가 신청 양식을 채우며 고민하던 나의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 때 내가 어렵사리 누른 브런치 작가신청 버튼은 나를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고 삶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주는 버튼이었다. 이것이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브런치 작가에 도전해볼것을 권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