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사에 열심히 적응 중입니다. 업무야 바쁘게 일하면서 파악하고 있지만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같은 실무자가 아닌, 관리자 입장에서 팀원들과 교류하는 것이 어쩌면 굴러들어 온 돌이 분위기를 흐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에 거리를 두었습니다. 또한 실무자 입장에서 관리자가 불편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굳이 부담 주며 다가가는 것도 제 성격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최근 회사에서는 지자체와 MOU를 맺고 지역 기반 라이브커머스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한창입니다. 포항이며 창원이며 제주도며 지역 방송 거점을 만들고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요즘 출장도 잦은 편입니다.
최근 업무 협약을 위해 지방 출장을 가는데 방송 환경 체크가 필요해 실무자 한 명이 저와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일도 바쁜데 실무자가 하루를 빼야 하는 것과 괜히 저와 같이 가는 것이 부담스러울까 걱정이 되어서 저에게 장비만 챙겨주면 방송 환경 체크를 알아서 해오겠다는 이야기를 팀장에게 넌지시 했습니다. 팀장은 실무자가 같이 가야 된다고, 저는 굳이 바쁜데 그럴 필요 없다고 한동안 실랑이를 벌이다가 팀장이 웃으며 한마디를 했습니다.
"그래도 저희 실장님이신데 실장님께 카메라, 노트북 들고 가서 테스트하라고 하는 것도 저희는 싫어요"
그냥 지나가듯 한 말이었지만 왠지 그 말이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회사 적응에 힘들어하던 장그래는 오 과장의 '우리 애'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저희 실장님'이라는 말이 계속 제 머릿속을 맴돌며 저 역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팀원들 부담 주지 않겠다는 핑계로 제가 스스로 거리를 두며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팀원일 때 관리자가 불편했듯 여전히 팀원들이 절 편하게 생각하거나 친하게 다가와주길 기대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조금의 고립감을 느끼고 그것이 관리자의 숙명이라는 저 혼자만의 생각도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회사에 힘들게 적응하는 와중에 드디어 팀원들에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왠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희 실장님'은 오늘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