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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 Jan 19. 2022

나는 누구에게 칭찬받지?

성격 자체가 인정 욕구가 강하고 못한다는 말을 들으면 참을 수가 없어서 일을 할 때도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운 좋게도 이런 점을 인정받아 전 직장에서는 업무적인 칭찬을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직속 상사들은 물론이고 같이 일하는 타 부서 직원들까지 한 번씩 일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그렇게 힘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번은 옆 회의실에서 타 부서 분들이 PD 중에서 저랑 제일 같이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우연히 엿듣고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휴가 기간 동안에도 출근을 해서 업무를 본 적도 있습니다. 직장인에게 월급과 승진을 빼면 뭐가 남느냐는 말이 종종 나오는데 저는 거기에 더해 칭찬이 직장생활의 중요한 원동력이었습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조금이라도 잘한 것이 있다면 바닥까지 보일정도로 칭찬을 아끼지 않곤 했습니다.


지금 회사에서도 부서원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 편입니다. 유독 칭찬하는 데는 뻔뻔한 저 때문에 부서원들이 민망해한 적도 많지만 저는 거짓과 가식에 기반한 칭찬이 아니라면 결국 기분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의욕 있는 신입사원 두 명에게 요즘 두 분이 제일 최고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뒤로 본인들이 굳이 안 해도 될 일까지 나서서 하는 모습을 보고 참 기특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칭찬의 힘을 실감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부서원들 칭찬 횟수가 많이 줄었음을 느낍니다. 부서원들은 똑같이 열심히 하는데 요즘따라 좀 우울하기도 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고 있는 일들이 점점 실체화되고 있고 이직 후 자리도 잘 잡고 있다고 느끼는데 저의 이런 공허함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제 오후 잠시 일을 접어두고 카페에 앉아 최근의 저를 돌아보았다. 진행해온 일들, 사람들과의 관계 등등 비디오 판독을 하듯 차근차근 다시 곱씹어 보았습니다. 그렇게 사색의 시간을 가지니 정답이 고개를 뺴꼼 내밀었습니다.


바쁘게 살면서 체감을 못했지만 꽤 오랜 시간 정작 저는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이직 후 대표 바로 아래 포지션에서 부서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인정을 받거나 칭찬을 받은 적이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대표는 현재 사업 진척 상황이나 회사 동향에 대해 공유받는 것을 우선시하게 되고 부서원들이 상사를 면전에서 칭찬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습니다.


마르지 않는 샘이라고 생각해서 마구 퍼줬던 칭찬의 샘이 바닥을 드러내자 저의 감정도 그렇게 점점 메말라가는 것이었습니다. 특히나 인정과 칭찬을 직장생활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했던 저였기에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인에게 이런 고민을 나누니 지인은 무슨 관리직이 칭찬받기 원하고 인정받기 원하냐며 욕만 안 먹어도 다행인 자리라며 저를 나무랐습니다. 맞는 말 같기도 하면서 가슴 한편의 공허함은 여전히 느껴졌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데 저에겐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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