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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부농이 농산물 가격 책정하는 방법

by 무니

저는 처음 귀농해서 농사를 지었을 때도

쌀 외에는 판매할 만큼의 수확물을 걷어보지 못 해서

굳이 판매가격 계산하는 서식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골에 오면서 생각했듯이

언젠가 소량의 농산물, 채취한 임산물 등을 돈으로 바꾸면서 살아가려면

연습이 필요하겠다 싶어

2015년부터 가격 책정하는 파일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어요.


물론, 제가 하는 방법이 정답이거나 최선은 아닙니다만

시작부터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올려드리는 것이니

참고하셔서 본인만의 방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구글 드라이브의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로로 길쭉하니 잘라서 보여드릴게요.


저는 엑셀을 할 줄 모르는데 혼자 이걸 만들었어요.

아주 간단한 서식과 기본적인 방법만 쓰이니까

혼자 잠깐 공부하셔도 되고

주변에 엑셀 할 줄 아는 분에게 물어보시면

금방 만드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sp_1.jpg


저는 가벼운 임산물 말린 것들과 소량 상품이 대부분이라

기본 용량을 100g으로 정하고 계산합니다.


씨앗은 말 그대로 들어간 씨앗, 모종 구입 비용이나 기본 재료의 가격입니다.

자가채종의 경우 작년 중간가격을 사용합니다.


첨가물은 농산물의 경우 퇴비, 비료 등의 구입 비용,

가공물의 경우 수도, 전기 등의 사용 비용,

간장, 설탕 등의 첨가물 구입 비용이 이에 속합니다.

제 경우는 퇴비 등을 사서 투입하지 않는 농사 방법을 사용하니까

가공물인 경우만 이곳에 비용이 기재되지요.


인건비는 말 그대로 그 농산물을 생산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총 인건비를 말합니다.

제 경우는 사람을 고용하지 않으니 제가 일한 시간을 기록했다가

그 해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넣습니다.


이 세 가지를 합하면

수확한 것의 투자 비용만을 계산한 가격이 나옵니다.


sp_2.jpg


중간가격을 이용해서 농지 비용, 마진이 계산 되도록 서식을 만들어 넣었습니다.

예컨대 중간가격이 계산되어지면

자동으로 그 가격의 몇 %가 계산되는 식이

F, G부분에 입력되어 있는 것이지요.


농지,농자재는 농지의 임대료, 경운기 등 농기계의 감가상각비 같은 것인데

이것이 사실은 중간가격 속에 포함되어야 하는 비용이지만

계산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니

수확물에 공평하게 나누어 넣는 방법이 최선인 것 같아

중간가격 뒤로 넣고 %가 자동으로 계산되는 서식을 넣었어요.


마진도 중간가격의 몇 %로 계산되도록 서식을 넣으면 됩니다.


포장비는 통상 포장에 들어가는 에어캡, 종이상자 비용이고


배송비는 택배비를 말합니다.

제 경우는 전 품목의 무료배송을 원칙으로 하면서

우체국 택배비를 기준으로 100g당 배송비를 계산해서

한 품목이 한 개만 판매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제 상품만으로 '꾸러미'가 되는 구성을 추구하고 있어서

당장의 손해는 감수하고 있는데

다행히 교환해주시는 분들이 눈치가 빠르셔서 그 점을 아시고

대부분은 제가 손해 덜 보도록 여러 개를 교환해주십니다.^^


여기까지의 모든 금액이 100g 단위로 계산되어

100g 단위의 가격이 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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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최종 판매 단위를 몇 g으로 할 것인지 결정하고

그것을 담을 용기가 필요한 경우

그 구입비가 별도 포장비로 들어가고


드디어 최종 판매가가 확정됩니다.


그 뒤로는 생산(가공) 수량, 판매량, 수입 등을 기록하면 되겠죠.


sp_4.jpg


각 칸마다 메모를 할 수 있어서

계산에 대한 근거나, 설명이 필요한 경우 메모해 두면 됩니다.


표가 복잡한 것 같아도

수식을 넣어둘 수 있기 때문에

저절로 계산되어 기록되는 칸이 많아

한 번 만들어 두면 쓰기엔 복잡하지 않아요.


IMG_20170112_044440_HDR.jpg


정작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계산하는 방식을 정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감자는 종자 몇 Kg을 심어서 몇 Kg을 수확했다고 딱 나오지만

상추는 그때그때 잎을 수확하니까 한 번에 계산이 안 되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 많은 애매한 부분들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를 결정하셔야 되는 점이

제일 어렵습니다.


저는 일할 때마다 기록했다가 가격 정할 때 근거로 삼고

해마다 누적되는 기록을 평균 내서

더욱 공정하고 정확한 가격 책정이 되도록 노력합니다.




농산물의 가격에 관한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고...


직거래 농민들은 인터넷으로 다른 이들의 가격을 보고

참고해서 적정한 가격을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런 것 찾아보지 않고 제 표로 가격을 정합니다.


남들이 저보다 높은 가격 받아도 관심 없고

남들보다 비싸서 안 팔리면 친구들과 나눠먹겠다 생각합니다.


제 수확물의 가격은 제가 정하는 것,

그것이 제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는 것이고

나아가 농부의 존재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3년째.

저도 앞으로 계속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야겠지만

직거래하는 소농들이 정확한 가격을 산출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서로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현실적인 이유로 싸게 팔게 되더라도

원래 얼마를 받아야 하는 상품인지

소농 자신도, 소비자도 아는 것에서부터

농업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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