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쓸 일이 생겼는데 돈이 없다는 지인의 걱정 소리에
어쩌나... 같이 걱정하고 있는데
알고 보면 은행에 담보 잡힐만한 부동산이 있거나
한동안 안 쓰려고 따로 두었던 돈이 있습니다.
매번 그런 일이 있다 보니
이제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
"없다 없다 해도 우리보다는 많아. 걱정할 거 없어."라고
둘이서 웃으며 얘기합니다.
저희가 하는 <우리 집 펀드>를 봐도 그렇습니다.
투자하신 분들의 상당수가
한 계좌 20만 원을 보내려면 한 달을 아껴 쓰거나
여러 달 모아야 하는 형편의 분들입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20만 원 정도면 한 끼 외식이나 술값으로 쓸 수 있는 분들,
20만 원 아니라 200만 원 정도는 몇 년 동안 없어도 될만한 분들은
잘 투자하시지 않습니다.
집 짓는 동안
여러모로 불편해도 문중 건물에서 살면 되겠다 했었는데
바로 다음 날 마을 최고 어르신이
추석 전에 문중 건물을 비워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6개월 안에 집을 짓지 못하면
한겨울에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거죠.
돈 나올 구석은 없는데 길에 나앉게 생겼고...
그러게 남편이란 인간은 평소에 술 영업도 좀 하고,
자재도 살살 바꿔치기하는 등 해서라도 돈 좀 벌어놓지
그동안 판넬집 하나 지을 돈도 못 모으고 뭐 했나, 으이그~
앞이 깜깜하고
욕 나오고
서로 물어뜯고 싸우고...
그럴 리 없겠죠? ㅎㅎ
"에헤이~ 올겨울엔 저기다 천막치고 살아야겠네~" 하고는
평소와 다름없이 개들 산책을 시키고
철거 준비를 하고... 그렇게 보냅니다.
차이가 뭘까요?
왜 살만한 사람들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부족한 저희들은 아무렇지 않은 걸까요?
있으면서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쟁이거나 구두쇠라서 그런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들대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부족하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서 그렇습니다.
실제 얼마나 갖고 있느냐와 상관없이
본인이 바라는 만큼, 안심할 만큼이 안 되니까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보니
주변에 베풀지 못하는 갖가지 이유가 떠오르는 겁니다.
저희는 부족하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있고
그래서 노력하고
힘들 땐 당당하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기 때문에
그것 때문에 감정이 왔다 갔다 한다거나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부족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쫓아다닌다고 내 손에 들어오는 거 아니고
내 손에 있는 것 아무리 꽉 움켜쥐어봐도 내 것 아닌
그런 이치를 알면
삶이 훨씬 자유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