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친구들이 와서
저희 집 가장 큰 가구인 냉장고 등을 옮기는 것을 끝으로
내부 살림 이사를 끝냈습니다.
40여 년 전에 흙으로 지은 건물,
흔히 말하는 '한옥' 생활이 시작되었지요.
가운데 문 두 개에 해당하는 큰 방에는 짐을 쌓아놓고
왼쪽 작은방에서 잠을 자고
오른쪽 작은방을 주방으로 사용합니다.
솜씨 좋은 내신랑 천일동안 님이
인터넷도 바로 옮겨 연결해주고
싱크대도 떼와서 설치해주어
난민 생활이 이만하면 궁전 생활이다 싶지만
너무 추워서 이틀 동안 자는 게 힘들었습니다.
옛것이 좋기는 개뿔~
재료와 기술이 그것밖에 안되니 그렇게 지은 것이지
살아보면 초가집이나 기와집이나 옛 한옥은 살 데가 못 된다는 게
저희 부부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요즘이야 공법이 다양해져서 흙집도 단열이 잘 되지만
그저 흙과 짚만 버무려 홑벽으로 지은 옛집은
추워도 너~무 춥습니다.
목욕탕이 있고 따뜻한 곳에 있을 때
조금 시일을 당겨 털 깎인 히쭉이가 너무 떨어서
내신랑이 품에 안아 재우기도 했어요.
점퍼까지 입고
전기장판을 가장 고열에 맞춰놓고 누워도
찬 공기에 머리가 아픕니다. ㅠㅠ
추위야 조금만 견디면 물러갈 테지만
그러면 바로 벌레와의 전쟁이 시작될 테고
욕실 없는 거야 이래저래 방법이 많지만
저에게 제일 큰 난관은 바로 이 화장실입니다.
평소에는 전혀 쓸 일 없지만
예전에 지어두신 거라 남아있는 자유낙하식 화장실.
냄새나고 벌레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공간인데다
겨울을 날 자신이 없어서
다시 겨울이 돌아오기 전에
새 집에 지붕만 얹어지면 들어가자 하고 있지만
현재 자금 상황으로는 택!!!도 없어 보입니다. ㅎㅎ
뭐 펀드 투자도 꾸준히 해주고 계시고
날 풀려서 일도 많이 하고 그러면 될 수도 있구요.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그냥 오늘, 지금에나 집중하고 충실할 수 밖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