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짓기 전에 하는 토목공사는 끝났습니다.
집 지을 자리도 만들고, 밭으로 쓸 자리도 정해진 거죠.
저희 땅 제일 뒤쪽엔 유신시대에 만들었다는 둠벙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큰 둠벙은 필요 없지만
비 오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엄청나므로
수로로 만들었죠.
수로 둑을 얇게 만들면 쓸모도 없고
폭우엔 물이 집 쪽으로 들이칠 수도 있어서
둑을 넓게 만들어 둑 겸 밭으로 쓰려고 합니다.
그 아래쪽엔 그보다 좁은 계단밭이 하나 더 있고
그 아래, 집 뒤쪽으로도 밭 삼을 땅이 있습니다.
서류상 농지여도 현황은 해발 100미터 산이고
여태 그 옆에 살면서 내려오는 물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 때문에
생각하고 생각해서 만든 다랭이 밭입니다.
돌산인데다 논이었던 자리여서 밭 하기엔 흙이 좋지 않습니다.
돌 반 흙 반...^^
그나마 흙이 제일 좋은 곳은 산에 있는 좁은 땅이지요.
집 짓느라 차량도 드나들고
저도 아파서 농사지을 경황이 없으니
내년부터 농사를 지어야 할 텐데
흙이 너무 안 좋아서 내신랑 천일동안 님은 흙을 받아주마 하고
저는 아직 고민 중입니다.
집 짓는 게 큰일이고
집 짓는 것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다 보니
주위 분들의 관심은 온통 집에 가있지만,
저희도 이사 갈 일 없는 우리 집이 생겨 좋기야 하지만,
저희가 애초에 땅을 사고 싶었던 것은
집이 목적이 아니라 밭이 목적이었으니
이제 자연농이든 야생농이든
내 마음대로 농사지을 수 있는 우리 땅이 생긴 것이 제일 좋습니다.
이제 자연의 이치에 따라 풀이 자랄 겁니다.
저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풀을 키울 겁니다!!!
농사는 땅의 허락을 받아 가며 조금씩 늘려갈 겁니다.
조급할 것 없습니다,
이제 제가 죽을 때까지 놀 뜰밭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