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동물 가족 중 맏이인 고양이 흰둥이가
지난달 말 방광에서 결석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의사가 보여주신 결석입니다.
큰 건 그렇다 치고 작은 것들이 방광 벽에 붙어있어
통증이 컸을 거라고 했습니다.
동물은 사람 말을 못 하니
대소변 상태나 체중 변화, 행동을 보고 이상을 알아채야 하는데
저희 집 아이들처럼 자유롭게 안팎을 드나드는 경우에는
그런 걸 확인할 기회가 적어 알기 힘듭니다.
다행히 이상한 걸 눈치챘고
결석이란 걸 예상했고
병원비도 각오하고 간 터라
첫 수술 때처럼 울지 않고 담담히 수술을 시켰습니다.
2년 반 전 첫 결석 제거 수술 후에
물을 먹게 한다는 유니너리 사료를 먹이고
아이를 만날 때마다 주사기로 물을 먹였지만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첫 수술 후에 비하면 예후가 좋지 않아
결국 3일 만에 다시 입원해서 2박 3일 후 퇴원했습니다.
원래도 약한 아이가 이제 7살,
중성화까지 세 번째 수술,
앓는 동안 통증 때문에 제대로 먹지 못한 게
아이에겐 무리였나 봅니다.
예민한 아이라
병원에서는 그릇에 줘도 안 먹고 손으로 줘도 안 먹었다는데
집에 와서는 그릇에 주는 건 안 먹어도
제가 손으로 주는 건 받아먹었습니다.
이 아이에게 저는 어떤 존재일까요...
집에 온 지 사흘째 되던 날,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늘어져 자는 모습에 안심이 됩니다.
먹는 양이 엄청나게 적은 애라서
처음 며칠 동안은 한 시간에 한 번씩,
그다음은 두 시간에 한 번씩... 이렇게 차차 늘려
한 달 정도 후인 지금은 하루 세 번씩 습식을 먹이고
언제든 먹을 수 있게 유니너리도 놓아두었습니다.
디스크로 활동이 불편한 중에
임신과 출산하는 동안의 진돗개 라니 보살피고
광주 동물병원을 오가고
흰둥이 보살피고...
제게도 쉽지 않은 날들이었어요.^^;;
흰둥이의 두 번의 수술을 통해
유니너리로는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고양이 네 마리 모두에게 습식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건사료만 먹던 애들이라 캔을 전혀 안 먹는데
열심히 노력한 끝에 행복이, 다행이, 파는 하루 두 번
흰둥이는 하루 세 번 캔을 먹습니다.
모두들 캔을 먹는 양은 아주 적은데
제 목적은 물을 먹이기 위한 것이라서
캔 조금에 물을 많이 타서 그 물을 먹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고양이의 경우 수컷들의 요로 결석 비율이 높고
그렇지 않은 고양이들이라도 나이가 들수록 결석 위험이 많다니
미리 물 많이 먹이는 방법을 찾아서 먹이시길 바랍니다.
고양이들은 몸무게 1Kg당 50㎖ 이상의 물을 먹어야 한다는군요.
건사료에 비하면 캔이 비싸서 생활비에는 막대한 지장이 오겠지만
저희가 책임져야 할 생명이니
제 입에 들어가는 걸 아껴서라도 먹여야겠지요.
생식에 대한 것도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줄 수 있는 육류가 다양하지 않고
쉽게 구할 수 없는 육류는 상태가 안 좋은 경우가 많아
완전 생식보다는 캔에 병행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오늘 사진입니다.
흰둥이 아프다는 소식에
블로그 이웃님이 보내주신 캔과 영양제를 열심히 챙겨먹이고
흰둥이가 제일 좋아하는 석화도 간식으로 먹였더니
그새 제법 살이 오르고
밖에 나가고 싶다고 보채기도 합니다.
흰둥이를 계속 실내에 가둬두고 식사 조절을 할 건지
예전처럼 자유롭게 밖에 다니게 할 건지
내신랑 천일동안 님과 얘기했는데
가둬두고 오래 사는 것보다 자유롭게 살다 가게 하자는 데에
의견이 일치합니다.
열심히 예방해보겠지만 또 재발한다면
10살 정도되는 약한 흰둥이가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
그때는 그냥 보내주는 게 어떨지... 숙제를 남긴 채
흰둥이는 지금 회복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