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집에서 쓰던 낡은 싱크대를 놓고
임시 숙소에서 쓰던 그릇 몇 개를 꺼낸 정도밖에
이삿짐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밥해 먹을 정도는 됩니다.
못난이 연근 한 박스를 샀는데
그중 가늘게 생긴 걸로 하나 골라 반찬을 만듭니다.
연근을 원하는 굵기로 썰어
갈변도 막고 떫은맛도 빠지도록
식초 살짝 넣은 물에 담가두고
미지근한 물에 표고버섯 불리고
쌀 씻을 때 미리 쌀뜨물 담아두고
색과 맛의 조화를 생각해서
집에 있는 채소들을 준비합니다.
저는 당근, 양파, 청양고추, 홍고추가 있네요.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고추를 제외한 채소들을 볶습니다.
연근은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표가 잘 안 나니까
같이 넣은 당근의 익은 정도를 보면 되고.
양파가 물러진 걸 좋아하면 처음부터 같이 넣고
아삭한 게 좋으면 당근이 어느 정도 익은 뒤 넣으면 됩니다.
채소들이 익으면
저희 두 식구 소스로 충분할 만큼 쌀뜨물을 부어주고
된장 풀어 넣고
고추 넣어 한소끔 끓입니다.
된장은 한 사람당 한 숟가락을 기준으로
집에서 쓰는 된장의 짠 정도에 따라 조절하시면 되지요.
감자 전분 수북하게 한 숟가락 물에 풀어
조금씩 넣으면서 농도를 맞추고
불 끈 후
기호에 따라 참기름이나 들기름 넣고 저어줍니다.
'파지'라고 해서
모양이나 크기가 소비자가 선호하는 것이 아니거나
캐다가 찍히거나 한 것들을 모아서 파는데
저는 오히려 다양한 크기가 활용하기 더 좋더라구요.
물론, 가격도 정상 판매품보다 저렴하구요.
가는 연근을 썰었더니
덮밥을 해도 부담스럽지 않은 귀여운 크기라 좋았어요.
겨울은 뿌리채소와 말린 채소를 먹는 것이
몸에도 좋고 경제적인데
지금은 집 짓고 이사하느라 준비된 게 없지만
올해부터는 저장식품 만들 줄 아는 걸
하나하나 늘려갈 겁니다.
투박하고 단순한,
계속 공부 중인 무니 표 밥상 .
이제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