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끔 같이 사는 동물들에게
때가 되면 오래 아프지 말고 옷 벗으라고 얘기합니다.
무던하고 말 잘 듣던 우리 대박이는
마지막까지 보호자 말대로 딱 하루 아프고는
개 옷을 벗고 소풍길을 떠났습니다.
생명은 모두 귀하지만
같이 산 세월 속에 쌓인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대박이는
마침 살 집을 얻었을 때 태어난 강아지라
우리 집에 오게 된 인연으로
11년 넘도록 같이 살며
태풍도 화재도 가난도 함께 겪어왔으니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은 남다릅니다.
가난한 보호자 만나 호의호식은 못 했어도
개 처음 키워보는 보호자 만나 어설픈 보살핌 많았어도
자기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보호자들이 얼마나 잘 돌보려 노력했는지를
우리 대박이는 알 거라 믿습니다.
빈자리가 느껴질 때마다 그리움이 사무치겠지만
제 말을 잘 듣던 대박이는
가끔 말해준 대로
좋은 인연들 만나 새로운 소풍을 시작할 것이라 믿기에
눈물은 거두고 응원의 기도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