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남진아카데미/정남진생약초체험학습장에서의 힘든 날들.
처음부터 생각지 못한 냉담한 반응에 힘 빠진 저희 부부는
장흥에 먼저 귀농한 귀농인을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실질적인 도움을 바라는 게 아니라
안 좋은 기억을 남기고 떠난 귀농인 말고
계속 살고 있는 귀농인들이 있는지
만나보고 싶었던 겁니다.
그래서 장흥군청 귀농 담당자를 찾아갔지만
장흥에는 서천처럼 귀농인 모임이 있지도 않고
개인 연락처는 개인 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해서
다시 장흥군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갔습니다.
거기서 비교적 높은 지위의 한 공무원이
마침 한우 교육을 하러 와있다는 사람을 소개해줬습니다.
지역에서 귀농인 돕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소개받은 그 사람은
우리가 왜 귀농하려 하는지
귀농해서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등등을 물어보고
본인을 거쳐간 귀농인들이 많다며
우리도 우리가 원하는 귀농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했고
그날 밤 자신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자도 좋다고 데리고 갔습니다.
그곳은 정남진생약초체험학습장이라는
폐교를 이용한 시설이었는데
그곳에서 며칠 머물며
자연순환 농사로 적토미라는 토종 벼를 키운다는 논에도 가보고
한 마리 1800만 원이라는 소 키우는 축사도 가보고
어느 마을의 빌릴 수 있는 빈집을 알려주며
빌릴 수 있도록 말을 넣어주고
그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자기가 운영하는 시설에 머물러도 좋고
대출금 때문에 수입이 있어야 하는 저희를 위해
일자리도 알아봐 주마고 했습니다.
서천의 제안에 얼른 대답해줘야 하고
겨울 전에 이사해서 봄부터 농사를 짓고 싶고
우선은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 저희에게
생각지도 못한 큰 도움을 줄 사람이 나타난 겁니다.
두 마을에서의 거절로 풀 죽어 있고
자전거로 이 마을 저 마을 전전하는 고생을
가능하면 그만하고 싶은 욕심이 눈을 멀게 해
우리는 멍청하게도 그 사람을 믿고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막상 이삿짐을 가지고 내려왔는데
전에 말했던 그 집은
알고 보니 애초에 주인이 빌려주지도 않는 집이었고
일자리를 알아봐 주지도 않고
우리가 돈을 벌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하자
자기 일을 도와주면 일당을 주겠다고 하면서
사람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데리고 다녀놓고
페이는 딱 일한 시간만큼만 시급으로 주고
그것도 미뤘다 얘기해야 겨우 주고
기록도 제대로 안 해놓고 우리 기록이 틀렸다고 하며
적게 주려고 하고
시간이 지나도 빈집 알아보는 걸 도와주지도 않고
자기 시설에서 일 도와달라며
붙들고 있으려고 합니다.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못 하는 척하고?)
항의하면 딴소리고
참다못해 증거나 증인을 들이대면
오해라고 하면서 우리를 이상한 사람 만드는데
돌아버릴 지경입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시골에서 어떻게 살고 싶냐고 세 번째 물을 때
저는 이 사람이 돕겠다고 한 것은
진심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알고 보니 거쳐간 귀농인들 모두
안 좋은 일을 당했고
그 사람을 안 좋게 생각하면서 나갔더군요.
귀농인을 돕는다는 말이 듣고 싶은 명예욕에
사람을 데려오기만 하지
사실은 도울 생각도 없고
어떤 식으로든 자기 일에 이용하려는 나쁜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그 사람을 거쳐 근처에 살고 있던 귀농인들에게
그 사람이 더 이상 그런 기만적인 행동으로
귀농인들을 우롱하지 못 하도록 막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더니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참으라고 했습니다.
저 혼자 글로 그걸 알릴 때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저만 별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나쁜 걸 알면서도
앞으로 계속될 걸 알면서도 막지 않고
우리 이후에도 피해자가 있었다는 것은
먼저 귀농한 우리들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중도를 빙자한 방치는 가해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심지어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에
비겁한 행동이지요.
올해 임대 계약 기간이 끝난 정남진생약초체험학습장을
그 사람이 다시 임대할 수 있게 내버려 둔 지역 귀농인들이
저는 부끄럽습니다.
물론 그 사람과 동조해서 뭔가를 도모하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똑같이 나쁜 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