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백미 밥이 특별식입니다.
늘 잡곡밥을 먹고,
햅쌀이 나올 때나 미처 잡곡 준비를 못 했을 때
하얀 쌀밥, 이밥을 먹습니다.
제 주변에는 추석 무렵부터 벼 수확이 시작되어
양력 10월 말쯤이면 집집마다 햅쌀이 풍년입니다.
벼 찧을 무렵에는 꼭 마을 주민 중 누군가가 햅쌀을 나눠주셔서
저희도 햅쌀밥 맛을 볼 수 있지요.
예전에는 도정 기술이 지금처럼 좋지 않아서
쌀에 작은 돌이 섞여있는 경우가 많아
쌀 씻을 때 조리로 건져올렸습니다.
지금은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전문가들이 말하는 쌀 씻기의 주의사항은 있지요.
내부가 코팅된 전기밥솥 같은 걸 사용하실 때는
내솥에 바로 쌀을 담아 씻지 않아야 합니다.
쌀로 자꾸 긁히다 보면 코팅이 벗겨지니까요.
쌀을 따뜻한 물에 씻으면
그 짧은 시간에도 쌀을 발효시켜 맛이 변하고,
쌀 표면만 살짝 익어 물을 흡수하지 못해 밥이 딱딱하게 지어지니
씻거나 불릴 때는 찬물을 사용해야 한답니다.
쌀을 먼저 담아놓고 물을 부으면
쌀에 붙은 작은 이물질이나 먼지가 쌀 아래에 깔려서
저어도 떠오르지 않을 수 있으니
물을 먼저 담고 쌀을 흘려 넣으라고도 합니다.
또, 쌀에 물이 닿으면 빠르게 흡수해서
쌀 표면에 묻어있는 쌀겨 특유의 냄새가 물과 함께 쌀 내부로 흡수되어
쌀의 구수한 향이 사라지니
처음 씻을 때는 몇 번 휘젓고 물을 빨리 버리라고 합니다.
요즘은 손에 물 묻히기 싫어서
거품기나 숟가락 같은 걸로 휘저어 씻기도 하던데
그래도 손으로 문질러 씻어야 겉에 묻은 것들이 떨어져 나갑니다.
쌀 씻은 첫물은 버리시고
문질러 씻은 두세 번째의 쌀뜨물은 냉장고에 모아놓았다가
나물 삶을 때나 각종 찌개, 국의 국물로 이용하면
씻겨 나온 쌀의 수용성 영양소도 섭취하고
전분질로 구수한 맛도 낼 수 있어 좋습니다.
그 밖에도 쌀뜨물 활용하는 방법이 많고요.
쌀은 30분 이상 불려서 밥해야 부드러운 밥이 됩니다.
저는 불린 밥이 양도 좀 많은 듯 보여서
조금 적게 먹는 효과도 있더라고요. ㅎㅎ
30분 이상이라고 하니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 싶은데
오래 불려도 쌀이 계속 물을 흡수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얼마든지 미리 불려도 상관없습니다.
저는 다음 날 점심에 먹을 쌀을 잡곡과 함께 씻어
자기 전에 냉장고에 넣어둡니다.
보통 잡곡은 오래 불려야 하는 게 많으니까요.
저희 집은 점심, 저녁 하루 두 끼를 먹는데
끼니 때마다 밥을 새로 해먹습니다.
비싸거나 귀한 걸 먹는 것보다
갓 지은 따뜻한 밥 먹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밥 짓는 도구는
바쁠 때는 일반 압력밥솥,
그렇지 않으면 돌솥이나 무쇠솥에 밥을 합니다.
밥할 때 쌀과 물의 비율을 1:1.5로 하라는데
전기밥솥 종류는 내솥에 눈금이 있으니 따라 하면 되고
그냥 할 때는 본인 감을 익히는 게 좋습니다.
밥 상태에 대한 기호가 다르고, 밥 짓는 도구가 다르니
본인이 좋아하는 밥이 될 때의 물 양을 눈짐작으로 맞출 수 있으면 좋겠죠.
많이 해봐야 된다는 얘기입니다.^^
저희는 두 식구라 2인분 밥할 때는 눈짐작으로 하지만
어쩌다 많은 양을 할 때는 손등으로 수위를 맞춥니다.
불 조절도 마찬가지로 많이 해봐야 감이 잡힙니다.
저도 평소 쓰지 않는 냄비로 밥하는 건 자신 없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밥 짓는 도구는 돌솥인데요,
바로 누룽지 때문입니다.
돌솥밥이 나오는 식당에 가면
밥 떠내고 물 부어 뚜껑 덮어두는 게 전부인데
저는 밥 먹는 동안 약불에 끓입니다.
끓이다 보면 가운데에 진한 막 같은 것이 생기는데
그게 흰죽 끓여먹는 것처럼 몸에 좋다고 합니다.
잘 끓어 거의 미음 수준이 된 누룽지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후식입니다.
요즘 논농사는 기계가 다 지어서 할 일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건 예전에 손으로 다 하셨던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이지
진짜 할 일이 없는 건 아닙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쌀밥을 보며
농부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쌀 한 자루씩 턱 내어주시는 마을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