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장흥군에 내려온 지 14년째가 되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 들어온 지는 13년째가 되었고요.
돈 한 푼 없이 내려와서
참 사연도 사고도 많은 세월이었습니다.
농사지을 작은 텃밭을 갖는 게 목적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집 짓는 일이 더 큰일이 되어버리기도 했지요.
그렇다고 첫 마음을 잊은 건 아니었습니다.
논과 산을 뒤집다 보니 돌이 많아도 너무 많은 땅을 가꿔보고자
처음에는 호미 들고 나섰다가 포기,
중고 관리기 사서 해보다가 포기,
심경 로터리로 갈면 된다기에 해보다가 포기,
결국엔 집 짓는 것만큼이나 큰 결심으로
굴삭기를 빚내서 장만하였지요.
어마어마한 양의 큰 돌들을 파내고도
아직 주먹만 한 돌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그건 차차 농사지으면서 손으로 골라내야 할 것이고
그래도 호미가 들어가는 밭이 생겼습니다.
농사를 포기했던
9년, 10년 전 씨앗에서 싹이 한두 개 트는 것을 보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답니다.
마을 어른들도 기뻐해 주시면서
밭이 12만 평이라 바쁘겠다며 놀리기도 하십니다. ㅎㅎ
아무 연고도 없는
서울에서 멀고 먼 남해안에 와서
우여곡절 끝에 이 마을에 들어온 지 13년째.
내신랑 천일동안 님은 마을의 보물이 되었고,
마을에서 땅을 내줘 정착한 첫 귀농인으로
어엿한 마을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마을 어른들도 저희를 좋아해 주시지만
저희도 마을 어른들이, 저희 마을이 참 좋습니다.
아마 인연이었던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