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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니 Jul 15. 2016

[2011년 귀농생활] 내신랑, 가난을 배우다.

집 수리와 모내기를 마치고 한숨 돌리자 

마을에 인사를 드렸습니다. 


형편도 어렵고 

집을 사서 온 것도 아니니 뭘 내지 않아도 된다고 

어르신들은 말씀하셨지만 

인터넷으로 음료수를 왕창 구매해서 

한 집 한 집 방문을 하며 인사를 드렸어요. 


어르신들 댁과 택호와 성함을 외우려고 그렇게 했는데 

어르신들이 우리 집에는 언제 올 거냐며 

너무 좋아해 주셨어요. 





형편이 어렵다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서울에서도 가난했고 지금도 가난하지만 

이때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당겨쓸 수 있는 건 다 당겨썼고 

카드도 한도가 다 찰 지경이고... 


신랑은 이리저리 일자리를 알아봤고 

소소한 일을 몇 번 했지만 

그걸로는 턱도 없었습니다. 



안 그래도 그 스트레스로 가슴에 통증이 있는 사람인데 

설상가상 쯔쯔가무시에 걸렸습니다. 


병원에서 입원을 하라는데 

내신랑 천일동안 님은 돈 없다고 입원을 안 한답니다. 


제가 어떻게든 해결할 테니 

일단 입원해서 치료를 받으라고 했죠. 





돈 걱정을 할 때마다 

괜찮다고, 다 돌아가게 돼있다고 하는 각시가 

내신랑 입장에서 좋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몰래 어디 금괴를 숨겨놓았을 리도 없고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데 

걱정하지 말라고만 하니... 


그런데 정말 생각지도 않게 

시고모님들이 전남 쪽에 볼일이 있어 내려오신답니다. 


조카가 이사도 했고 입원도 했으니 

금일봉을 주고 가셨죠. 

병원비 해결~ ㅎㅎㅎ 


돈 걱정으로 병원에서도 가시방석, 

아니 가시 침대에 누워있는 것 같던 내신랑은 

그 일로 다시 한 번 각시의 내공(?)에 놀라면서 

어렴풋이 뭔가를 깨닫는 것 같았고 

그 이후로는 돈 걱정으로 무너지는 일이 없습니다. 



퇴원하고 첫 쌀을 수확했는데 

지인들이 먼저 구매하겠다고 나서주어서 

싹 다 팔아 돈을 사고 



시골은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일하러 다니려면 차가 있어야 하는데 

차 살 형편은 안 되니 50cc 오토바이도 중고로 장만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가난하지만 

동물 가족이 일곱으로 늘었어도 

우리 식구들 밥 한 번 굶은 적 없고 

갚을 것 제때에 못 갚은 적 없으니 

이만하면 잘 돌아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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