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늘 잘 지냅니다.
외부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둘이서 잘 의논해서 대응해나가고
무엇보다 서로에게 잘 지적하고
그 지적을 잘 받아들여 성숙의 양식으로 삼는다는 게
저희 부부의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 여름, 한 겨울엔 일이 없고
일해서 번 돈은 다시 일을 위한 공구에 투자해야 해서
살림은 늘 곤궁하지만
웃음소리 끊이지 않습니다.
이제 동물 가족은 마지막인가 했는데
내신랑 천일동안 님의 사촌 누나가
사정상 키울 수 없게 된
고양이 두 마리를 부탁해오셨습니다.
그중 한 마리는 한 달 후에 고양이별로 가버려서
저를 가슴 아프게 했고
사진에 있는 행복이만 잘 적응해
지금도 제 노트북 뒤에서 자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꼭 한 번 머리를 밀어보고 싶었는데
그 얘기를 들은 내신랑이 못 할 거 뭐 있냐며
직접 머리를 밀어주고 면도기로 마무리까지 해주었습니다.
이때 이후로 저는 쭉 군인 머리를 하고 있지요.^^
2013년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보다 밭을 뺏긴 일입니다.
뺏긴 건 아니고
저희가 자진해서 임대 포기를 했지만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욕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랬으니
뺏긴 것과 다름없지요.
저희가 오기 전에 이 밭을 경작하시던 분이
제 밭에 풀이 많다며 농사 못 짓는다고 화를 내셔서
마을 어르신께 말씀드렸더니
애들한테 그런 말하지 말라고 주의를 한 번 주셨답니다.
그런데도 어느 날
당신은 밭이 없어 농사를 못 짓고 있는데
저는 땅을 놀리고 망쳐놓고 있다며
밭 내놓으라고 소리소리 지르시더군요.
엄청 넓은 밭 있으시면서...
본인 땅 임대해주신 것도 아니면서...
제 성격대로라면
호미 집어던지고 한 판 붙은 다음
마을을 나가라면 확 나가버리겠지만
혼자 몸이 아니잖아요.;;
가만히 듣기만 하고
일 갔다 온 내신랑과 얘기해서
다음 해부터는 임대를 하지 않기로 합니다.
유기농, 자연재배를 하다가
풀이 많다는 이유로
벌레 퍼뜨린다는 이유로
밭 뺏긴 분들 의외로 많아요.
제초제, 농약을 쓰지 않을 생각이라면
본인 땅 장만해서 농사지으시는 게 좋아요.
이웃 귀농인들 때문에 안 좋았던 마음에
마을에서 이런 일까지 있고 나니
장흥이, 적어도 이 면이 너무 싫어지고
이런 이웃이 있는 마을에서도 나가고 싶고,
결국 내 땅이 있어야
자연재배로 자급자족하는 소농의 삶이 가능한 현실에
우리도 우리 땅을 갖고
이사도 하자고 내신랑에게 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