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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무니의 사치스런 행태

가난해도 사람이다.

by 무니

추석 전, 시조부모님 산소에 벌초 다녀오면서

광주의 한 백화점에 들러

결혼 전 즐겨 쓰던 해외 브랜드 매장에서

립스틱 하나를 샀습니다.


저 사치스러운가요?

이런 거 사면서

가난하다는 말, 하지 않아야 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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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 않았던 시절에도

제가 원래 그다지 갖고 싶은 게 없는 사람입니다.

명품도 보석도 관심이 없어요.


근데 빨간 계열 립스틱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해외 브랜드도 몇 있고

빨간 계열로만 10개 정도의 립스틱이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벌써 7년.

그사이 가지고 있던 립스틱들은 사용 가능 기간이 지났고

저도 사람이고 여자인데

어쩌다 외출할 때 립스틱 한 번 바르고 싶어도

하나도 없어서 샀습니다.


이왕 사는 거면

마음에 드는 걸 사서 뿌리를 뽑는 게

제 소비성향이라

예전에 쓰던 좋아하는 브랜드의 제품을 샀어요.


가격이 저희 가정 일주일 식비에 맞먹고

갚고 있는 대출도 있지만

그래서, 7년 만에 이거 하나 산 것이 사치에 해당하나요?





TV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나오는데

할머니가 금반지를 끼고 있거나

아이가 유명 브랜드 신발을 신고 있으면

가난하다면서 저런 거 할 돈을 있나 보다고

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게 진품인지 아닌지 모르잖아요?

진품이라면 어떤 사연이 있는 물건인지 모르잖아요?

아무 사연 없더라도 가난한 사람도 사람이잖아요.


우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해

틀을 정해놓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난하니까 이래야 한다는.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이나 산 것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고 나선 비참한 기분을 느끼곤 하지요.


왜 그래야 하나요?


가난한 사람도 사람입니다.

그들이 어쩌다 한 번 누리는 최소한의 욕구 충족조차

가난하다는 이유로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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