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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니크 Feb 28. 2018

도움을 '잘' 요청하는 법

얼마 전, 본부 워크숍이 있었다.


부서별 작년 리뷰와 올해 계획을 거쳐, 마지막 세션으로 준비된 주제는 조직 활성화.

여러 개의 작은 주제로 조를 나누어 아이디어를 모은 뒤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조의 주제는 '어떻게 하면 도움을 잘 요청할 수 있을까'였다.


주제를  순간  머릿속에는  2가지가 떠올랐다


1. 정중하게 요청할 것

2. (도움을 받은 뒤) 감사를 표현할 것



'정중하게' 요청하자


세상 모든 일에는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전자, 요청받은 일을 해주는 사람은 후자다. 전자든 후자든 예의를 지키는 것은 정말 중요한데, 생각보다 이걸 잊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속으로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겉으로는 서로 빈말과 치레를 주고받으며 예의를 차리는 것이 직장 생활의 기본이다. 그런데 이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직장생활 연차가 꽤 된 지금도 버럭 분노하곤 한다.


벌써 1년도 더 전의 일이다. 매번 일방적으로 자기가 원하는 것만 요구하고, 나의 상황은 전혀 고려해주지 않아 곱게 보이진 않던 동료가 있었다(편의상 A라고 하자). 그 동료 A가 팀이 바뀐 후 처음으로 업무협조 요청을 보냈는데, 그 메일의 말미를 읽으면서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별로 힘이 드는 일은 아니지만'


그의 말대로 요청한 일은 나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을 '별로 힘이 들지 않는 일'로 평가절하하는 그 메일을 보고 순간 울컥했다. 그 일에 드는 공수와 상관없이 요청받은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추가적인 업무인데 그에 대한 고마움이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면에 요청을 받은 후 기분 좋게 도와주었던 일도 떠올랐다. 그 동료의 도움을 요청하는 법은 이랬다.


동료 B : (메신저로) 안녕하세요, 00님. 잠시 통화 가능하세요?
나: 네!


그리고 바로 전화가 왔다.


동료 B : 이번에 저희 팀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데, 저희 팀원들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나누어 줄 수 있는 타 부서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요. 회의를 1시간 정도 하려고 하는데 혹시 참석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 : 네, 괜찮아요.
동료 B : 감사합니다. 그럼 제가 팀장님 참조 넣어서 오늘 중으로 메일 드릴게요.


그 동료의 말대로 그 날 중으로 메일이 왔고, 나는 공지받은 날 회의에 참석해서 그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을 주고 왔다.


평소 대화를 주고받지도, 단 둘이 점심을 먹어본 적도 없는 동료였지만 그 동료의 프로젝트를 선뜻 도와줄 수 있었던 이유는


1. 메신저로 먼저 말을 걸어 내가 현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인지 확인하고

2. 사전 설명 없이 바로 메일로 공지하지 않고 유선으로 충분히 설명했으며

3. 상급자에게도 내가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을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이런 과정에서 나는 배려받고 있다고 느꼈다.


이렇게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받는 것과, 그냥 메일로 바로 요청받는(심지어 태도조차 불량한) 것은 분명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도움을 요청할 때는 제발 예의 있게 이야기하자. 그러면 도움 요청받은 사람이 성격파탄자거나, 아니면 요청한 일이 정말 어렵지 않은 이상 웬만하면  들어준다. 그러라고 받는 월급이 아닌가.



감사를 표현하자


'여측이심(如廁二心)'이라는 고사성어처럼,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른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도움을 받은 일이 원하는 대로 잘 풀렸을 경우, 짧게라도 고맙다고 표현하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있다. 요청할  이미 감사하다고 말했으면   아니냐고.

하지만 감사의 말은 중복해도 쓸데없지 않으니 일을  마치고 나면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는 것이 좋다.


'고맙다'라는 말만 짧게 해도 물론 도움을 준 사람은 기뻐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추천하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첫째, 도움을 받은 일이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혹은 진행되고 있는지 공유하자.


길게 말할 것도 없이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도와준 덕분에 일이  해결되었다던가 아니면 아직 일이 마무리되진 않았지만 도와줘서 어떤 부분이  풀렸다고만 말해도 도움을  사람은 충분히 보람을 느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할 일이 생겼을 , 이전 기억을 떠올리며 흔쾌히 도울  있는 원동력이 된다.


만약 가능하다면, 살짝 과장 한 스푼 더하고 목소리를 한 톤 높여서 감사함을 전하는 편이 효과는 더 좋지 않을까.


둘째, 간단하게 성의를 보여주면 더 좋다.


한 달 전, 타 부서의 업무협조 요청이 급하게 들어온 적이 있었다. 일정이 너무 촉박하여 살짝 짜증이 났지만 안 할 수는 없는 일이었기에 곧바로 요청한 일을 해주었다. 도움을 요청했던 동료가 다른 일로 왔다가, 그때 감사했다며 간단한 간식거리를 주는데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티백 하나, 쿠키 한 조각으로도 충분하다. 도움을 받은 걸 잊지 않았다는 걸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전달할 수 있을뿐더러, 만약 도움을 준 사람과 별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감사 인사를 전할 때의 뻘쭘한 분위기를 완화할 수도 있다.


예전에 점심 먹을 때 동료에게 현금을 빌리고 다음 날 갚으면서 지폐를 책상 서랍 안에 있던 봉투에 넣어 스티커를 붙여 드린 적이 있다. 그 동료와는 친하지 않았기에 원래라면 이런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나: 과장님, 여기... (뻘쭘하게 돈을 내민다.)
동료: ...아~
: 빌려주셔서 감사했어요.
동료: 아 ㅎㅎㅎ 네 ㅎㅎㅎ
: ^^;
동료: ^^;;
: 또 뵐게요. 감사합니다~ (하고 줄행랑)


하지만 그 날 실제 대화는


나: 과장님, 여기... (뻘쭘하게 봉투를 내민다.)
동료: ...아~ 어!
나: 그냥 드리기 뭐해서
동료: 아니 뭐 이렇게 넣어서 왔어요.
나: 어제 감사했어요.
동료: 잠시만 (하고 서랍을 뒤적거리더니) 자, 이거 가져가요. (귤을 꺼내 주심)
나: 아! 감사합니다~
동료: 가요~


보다시피 어색할 틈 없이 대화를 마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워크숍을 하며 다양한 방법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위의  가지 방법만 지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말한  가지 방법 모두 새롭지도 어렵지도 않다. 기본이다.


그런데 이 기본이자 사소한 것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 간혹 잊을 수 있기에 마치 하나의 매뉴얼처럼 머릿속에 다시 한번 입력해본다.


도움을 요청할 , 정중하게 요청하고 감사함을 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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