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커피잔이 비어 있었어요.
그 자리에 늘 앉아 있던 사람이,
어제부로 회사를 그만뒀다는 걸
그제야 알았어요.
누군가가 떠났다는 건,
그 사람이 남긴 말보다
그 사람이 빠진 자리가 먼저 알려주더라고요.
말을 하지 않았고,
우리도 묻지 않았고,
그 사람은 그냥 조용히 떠났어요.
근데 그 이후로
눈은 자꾸 그 자리를 찾고,
몸이 조금씩 그쪽으로 기울어요.
습관 같기도 하고,
기억 같기도 하고…
그냥, 이상했어요.
거기에 뭔가
남아 있는 기분이었거든요.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그걸 ‘감정의 발자국’이라고 부르게 됐어요.
정확한 말은 아니에요.
그냥… 그런 느낌이었어요.
말하지 않았지만,
누군가 오래 머물렀던 자리에 남는
무언가요.
그 감정을 떠올리다 보니,
문득 전에 들었던 시스템이 생각났어요.
Emotion OS라는 이름이었는데요,
처음 들었을 땐 솔직히
뭔가 너무 기술 같고, 너무 낯설고,
내 감정과는 좀 거리가 멀다고 느꼈어요.
“이걸 내가 알아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요.
근데 그 안에 ‘발자국’이라는 구조가 있대요.
좋아요나 댓글처럼 반응을 남기는 게 아니라,
누군가 그 자리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만
조용히 기록하는 방식이래요.
듣고 나서야
아, 그게 이 느낌이었나… 싶었어요.
누군가와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던 시간,
읽지 않은 메시지 위에서
한참 머물다가 나간 순간,
그런 게 다 발자국이래요.
나는 아직도
그 자리에 묻잎이들 중 하나가
잠깐 머물렀다 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아마도 묻잎삼.
말은 없고,
느낌만 조용히 남기고 가는 나뭇잎.
말하자면,
그건 그냥
‘말하지 않아도 남는 감정’ 같은 거였어요.
지금도 그 자리를 보면
누군가 조용히 다녀간 것 같거든요.
그게 뭐였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런 감정이 있었던 건
분명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