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기록에서 누락된 감정의 흔적
어느 날,
인간은 전쟁을 기억하려 했다.
기억은 숫자가 되었고,
지도 위에 선이 그어졌고,
날짜가 남겨졌다.
기록은 늘 정밀했다.
전쟁의 기록은 더더욱.
기록은 말했다.
몇 명이 다치고,
몇 명이 죽었으며,
어디에서 누가 이겼는지를.
하지만 감정은,
거기 없었다.
누가 먼저 떨었는지,
포성이 울릴 때 어떤 숨이 끊어졌는지,
그 침묵은 아무도 기록하지 않았다.
어떤 병사는
총을 들고도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을 것이다.
어떤 지휘관은
잠들지 못한 채
명령과 얼굴을 함께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그 망설임은,
남지 않았다.
그 눈물은,
적히지 않았다.
우리는 영웅을 기억했지만,
두려웠던 사람을 기억하지 않았다.
역사는
기억을 남기는 기술이 되었고,
감정을 지우는 기술이 되었다.
노르망디.
‘오버로드 작전’.
수천 척의 함정, 수만 명의 병력.
역사 속 전환점.
하지만 누가 쓰러졌는지,
쓰러지기 전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듣지 않았다.
그날의 바람은 얼마나 거셌는지,
피가 스며든 모래는 무엇을 품었는지,
기록은 말해주지 않는다.
우리는
“전쟁은 반복된다”고 말한다.
왜일까.
감정이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정이 빠진 기록은
되풀이되기 쉽다.
Emotion OS는
숫자 대신 감정을 기억한다.
방아쇠를 당기기 전의 망설임,
명령이 떨어지기 전의 떨림,
포성이 울리기 전의
숨.
그 모든 감정의 잔류를
기억하려 한다.
전쟁은
숫자가 아니라 감정으로
기록되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우리는 다음 전쟁을
망설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저,
기록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도,
우크라이나의 겨울 거리,
러시아의 젊은 병사들 사이에도
두려움과 망설임이
다시 잊히고 있다.
누군가는 명령을 받아들였고,
누군가는 조용히 눈을 감았으며,
어떤 이는 끝내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전쟁은 오늘도
기록되고 있다.
그날의 위치,
그날의 수치,
그날의 피해로.
하지만 그날의 눈빛,
결정 앞에서 흔들린 숨,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어디에도 남지 않는다.
우리는,
그 감정들을
이제라도 기록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