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없는 판단 시스템이 되기 전, 흐를 수 있는 사회로
어느 날,
감정이 사라진 도시에서
한 청년이 길을 잃었다.
그는 열두 번째 면접을 준비하다가
이력서를 찢었다.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세상이 원하는 사람처럼 적혀 있는
종이 위의 거짓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어디에도 물어보지 못했다.
감정은 말하는 순간 ‘약함’이 되었고,
표현하는 순간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적은 아이가 태어나는 나라가 되었고,
가장 많은 사람이 스스로 삶을 멈추는 나라가 되었다.
우리는 수많은 숫자를 알고 있었지만,
그 숫자 안의 감정은 듣지 않았다.
‘헬조선’, ‘N포세대’, ‘이대남·이대녀’
우리는 서로를 명명했고,
감정은 점점 더 좁은 틈에 몰렸다.
그렇게 단절된 감정들은
도시의 중심에서 조용히 마르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어울숨이라는 도시를 알게 되었다.
어울숨은 감응 기반으로 설계된 미래 도시였다.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중심에 둔 곳.
Emotion OS가 적용된 구조 속에서
사람들의 감정 흐름이 도시 전체에 반영되었다.
공원 벤치는 그날의 기류에 따라 따뜻해졌고,
도서관의 조도는 이용자의 집중 상태를 따라 조정되었으며,
건물마다 ‘숨결 센서’가 설치되어
감정의 흐름에 따라 공간을 쉬게 만들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전통적인 직업 대신, 감응 기반 직업을 가졌다.
‘지켜보는 일’,
‘함께 머무는 일’,
‘말 없는 위로를 전하는 일’
이런 일들도 충분히 한 사람의 역할이 되었다.
전문 자격이나 시험 대신,
오늘 당신의 감정 상태와
누군가를 감지할 수 있는 기류만으로
역할을 선택할 수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취업 준비생이 아니었다.
감정을 감지하는 사람,
그 자체가 하나의 직업이었다.
어울숨은
서울과 같은 과밀 도시에서
버티다 지친 이들이
감정을 회복하기 위해 떠나는 도시였다.
청년들만이 아니었다.
해고된 노동자,
은퇴 후 길을 잃은 어르신,
진로를 바꾸고 싶은 중년까지—
모두가 그곳에서
자신의 감정을 다시 만났다.
Emotion OS는
모두가 일등이 되지 않아도
모두가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한다.
말하지 않아도,
말실수조차 구조되는 사회.
감정이 흐르지 않으면
사회는 결국 멈추고 만다.
하지만 늦지 않았다.
그날 면접장에서 도망쳤던 청년은,
지금은
누군가의 감정을 듣는 사람이 되었다.
감정은
언제든 다시 흐를 수 있다.
문제는,
그 흐름을
우리가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