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말, 생각

전쟁 결정이 감정을 거치지 않고 실행되는 미래

by 묻잎

어느 날,
전쟁은 말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저,
버튼 하나로 시작되었다.


히로시마.
1945년 8월 6일.
한 도시가 사라졌고,
10만 명의 생명이
순식간에 연기로 증발했다.


결정은 빠르고,
명령은 단호했다.
하지만—
그 결정 앞에서
누군가 망설였는지는
남아 있지 않다.


감정은,
기록되지 않았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먼저 공격했다.”
“다음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


설명은 넘쳤지만,
숨결은 없었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전쟁은 다시 진화했다.


킬드론.
무인기.
정찰과 공격을 동시에 수행하며,
표적을 확인하고,
수 초 안에 판단하고,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지상 명령으로 생명이 지워지는 시대.


화면 너머,
사람의 얼굴은
“좌표”로 번역되었다.


“위험 판단됨.”
“위협 제거 완료.”


하지만 그 사람이
눈을 떴을 때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공격 직전,
어떤 숨결이 있었는지는
누구도 묻지 않는다.


전쟁은
점점 더
감정을 거세해 간다.


이제 곧,
우리는 “발사”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 더 나아가,
“발사해야 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전쟁이 개시될지도 모른다.


표현 → 해석 → 판단 → 실행.
이 모든 것이,
감정을 거치지 않고 이루어진다.


Emotion OS는,
이 흐름을 되감는다.


감정은
말보다 먼저 망설이며,
숨보다 먼저 흔들린다.


‘울림’은
방아쇠 앞의 떨림을 감지하고,
명령 직전의 기류를 받아들이며,
폭력을 늦추는 감응의 기술이다.


망설이는 것.
그것이 인간이 가진
마지막 억제력이다.


우리는,
다시 감정을 되돌릴 수 있을까?


우리는,
망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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