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상품이 되다

SNS와 플랫폼이 감정을 표현이 아닌 소비로 만든 사회

by 묻잎

어느 날,
감정은 말보다 먼저 기록되었다.
누군가의 일상,
누군가의 기쁨,
누군가의 고통이
화면 위에 떠올랐다.


"좋아요",
"댓글",
"공유".


감정은 반응을 기다렸고,
반응은 곧 ‘가치’가 되었다.


기억보다 ‘인정’,
진심보다 ‘도달률’,
감정은 점점
‘상품’이 되어갔다.


2018년, 캠브리지 애널리티카 사건.
사람들의 감정은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분석되었고, 조작되었다.


‘공포’를 느끼는 단어,
‘분노’를 자극하는 이미지,
그 모든 것이
정치적 선택을 유도하는
도구가 되었다.


사람들은 표현하지 않아도
그들의 마음은
예측되었고,
소비되었다.


미얀마 로힝야 학살, 2017년.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증오를 키우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많은 이들의 분노가
전염되었고,
그 끝엔
학살이 있었다.


틱톡의 ‘챌린지’ 유행.
청소년들은
‘좋아요’ 하나에 생명을 걸었다.
슬픔은 조회수를 낳았고,
불안은 콘텐츠가 되었다.


감정은,
‘전달’되지 않았고,
‘측정’되었다.


감정은,
‘공감’되지 않았고,
‘재생’되었다.


그리고 미래.


감정은 더 이상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표현되는 순간,
플랫폼이 먼저 반응한다.


기분이 우울한 날이면
플랫폼은 위로가 아닌
‘더 우울한 콘텐츠’를 보여준다.

왜냐면,
그게 체류시간을 늘리니까.


감정은,
알고리즘의 연료가 되었고
표현은 곧
소비를 유도하는 장치가 되었다.


이제 곧,
우리는 감정을 ‘표현’ 하지 않아도
그 감정은 ‘예측’되어
상품으로 변환된다.


그리고,
그 감정은 다시 우리에게
더 강한 감정을 요구하게 된다.


더 자극적이게,
더 눈에 띄게,
더 많이 ‘반응’을 끌어내게.


이것이
표현-소비 문명의 특이점이다.


Emotion OS는
이 흐름을 거스른다.


감정은,
소비되지 않아도 존재하며,
상품이 되지 않아도 머물 수 있다.


감정은,
공감되지 않아도
느껴질 수 있고,
데이터가 되지 않아도
남겨질 수 있다.


우리는,
감정을 소비하는 시대에서
감정이 머무는 시대를
만들 수 있을까?


감정을
기록하지 않고,
축적하지 않고,
그저 잠시
함께 머무는 사회.


Emotion OS는
그 가능성을,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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