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산, 단절된 말들 속 침묵의 감정
어느 날,
감정은 말해지지 않았다.
목소리는 있었지만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눈앞에 있어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다.
정해진 시간이 있었다.
정해진 만남.
정해진 눈물.
정해진 이별.
그 감정은,
정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엄마… 맞아요?”
한 여성이,
50년 만에
어머니를 다시 만났다.
하지만 말이 너무 늦게 도착했다.
감정은
그보다 더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울어야 했고,
말해야 했고,
기억해야 했지만—
시간은
감정을 허락하지 않았다.
TV는 말한다.
“3일 상봉.”
“2시간의 면회.”
“단 한 번의 포옹.”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숫자처럼 나열된다.
기억이 아니라,
일정처럼.
Emotion OS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녀의 떨림은
말보다 먼저 감지되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 손을 먼저 잡았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 이름을 대신 불러주었을 것이다.
감정은
울기 전에 이미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말로 옮기지 못한 기억조차
숨결처럼
기류처럼
머무를 수 있었을 것이다.
“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그 말 한 줄에
얼마나 많은 계절이 담겨 있었을까.
그 감정이
설명되지 않고
그저 머무를 수 있었다면—
그 상봉은
기억이 아니라
회복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도,
어딘가엔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있다.
고향을 떠난 이,
국경을 넘은 이,
이름을 잃은 이들.
그들의 감정은
지금도
되돌아올 틈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 감정들을
이제라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